<화요특집-PCB> 국내 기술 현주소

 국내 PCB산업은 전자산업의 발전과 궤를 같이하며 성장해왔다. 이 때문에 PCB업체들은 첨단기술 개발보다는 세트업체가 요구하는 기술수준에 가격경쟁력만 확보하면 그만이라는 사고에 젖어있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대덕전자·삼성전기·이수전자·심텍·서광전자 등 일부 선두 기업들은 해외시장을 개척, 직수출 비중을 늘려가고 있으나 대부분의 업체들은 내수 및 로컬 수출에 안주해왔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IMF 이후 국내 전자산업계는 부가가치가 떨어지는 사양사업을 퇴출시키는 과감한 사업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같은 변화에 발맞추어 PCB 산업계도 변화하지 않으면 안될 국면에 접어들고 있으며 이미 그 변화는 구석 구석에서 발견되고 있다.

 최근들어 국내 PCB업계의 설비 투자와 신기술 개발 경쟁은 불붙기 시작했다고 할 수 있다.

 우선 국제 가격경쟁력 회복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국내 가전업체들이 에폭시계 양면기판보다는 STH기판을 선호하자 대덕산업을 비롯해 LG전자·청주전자·성민전자 등 주요 페놀 PCB업체들은 STH 기술 선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대덕산업의 경우 이보다 한 단계 높은 가공기법인 CTH기술을 이용해 DVD롬 및 DVD드라이브·HDD 등 정보통신기기에 적용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국내 가전용 PCB업체들은 현재 아날로그 방식의 가전기기가 앞으로 디지털화할 경우 가전용 PCB산업에 미칠 파장을 면밀히 분석, 대응하려는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국내 PCB업계의 변신 노력은 MLB 분야에서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삼성전기·대덕전자·LG전자·코리아써키트·이수전자·심텍·기주산업·서광전자·대방·동아정밀 등 유력 PCB업체들은 수십억∼수백억원을 투입, 초박·초고다층 MLB·BGA·램모듈·CSP기판·빌드업기판·테플론기판·임피던스기판 등 첨단 PCB 제조기술 확보에 사활을 건 경쟁을 전개하고 있다.

 신기술 확보 차원에서 국내 PCB업계의 최대 이슈 중 하나는 빌드업기판이라 할 수 있다. 휴대폰을 비롯한 첨단 휴대정보통신기기의 보급 확대에 힘입어 빌드업기판 수요가 늘어나자 국내 10여개 업체가 이 분야에 참여를 선언하고 레이저드릴 확보 경쟁에 돌입했다. 현재 국내에는 총 40대 정도의 레이저드릴이 보급돼 있는데 올해 안에 20여대가 추가로 도입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또 빌드업기판은 노트북PC·PDA·캠코더 등으로 적용분야가 넓어질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에 여기에 대한 PCB업계의 관심은 지대하다.

 일본 레이저드릴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은 일본과 격차는 있지만 대만보다 빌드업기판 분야에서 앞서 나가고 있다』면서 레이저 드릴의 보급 추세로 보아 일본과의 격차가 크게 줄어들 전망이라고 밝혔다.

 국내 PCB업체들은 한발 더 나아가 차세대 빌드업 공법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TCD(Thermal Curable Dielectric)·포토비아 등 다양한 빌드업 공법 개발에 나서고 있어 오는 2000년경에는 세계 2위의 빌드업기판 국가로서의 위상을 확보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또 일부 PCB업체들은 앞으로 세계 반도체 패키지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보이는 마이크로BGA·웨이퍼스케일 패키지·멀티칩모듈(MCM) 등 차세대 반도체 패키지 기판인 CSP기판 기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산업 호조에 힘입어 메모리 모듈기판 사업도 국내에서는 활황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차세대 메모리 모듈기판으로 부각되고 있는 램버스 D램 모듈기판에 거는 국내 업계의 기대는 크다.

 이와 더불어 국내 MLB업체들은 네트워크 시스템용 고다층 임피던스기판 기술 고급화에 총력을 경주하고 있다.

 최근들어 인터넷 및 데이터 통신 시장이 확대되면서 네트워크시스템용 고다층 임피던스 수요는 전세계적으로 크게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 분야는 전통적인 MLB기법이 적용되기 때문에 세계 시장을 놓고 MLB업체간 경쟁이 치열하다.

 따라서 신뢰성과 양산능력을 지닌 업체로 물량이 몰리고 있는데 세계 3대 네트워크시스템업체들이 국내에서 PCB를 조달할 정도로 한국은 네트워크시스템용 고다층 임피던스 분야에서는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국내 PCB업체가 주도하고 있는 임피던스기판에서도 이제는 타이트한 임피던스 오차와 12∼16층의 고다층화를 요구하는 경향이 증대되고 있어 대응이 시급하다.

 이밖에 내열성이 우수해 모터 등 발열량이 많은 전자·정보통신기기에 중점 채택되고 있는 메탈 PCB와 고주파 무선통신기기를 중심으로 수요가 늘고 있는 테플론 PCB, 우주항공·광학기기에 사용되는 플렉시블 및 리지드-플렉시블 PCB 분야에도 최근들어 참여하는 업체가 줄을 잇고 있어 앞으로 국내 PCB 수출에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 PCB 전문가는 『국내 PCB업계가 선진기술 확보와 더불어 지금까지의 내수 중심 사업체제에서 탈피, 해외시장 개척에 총력을 경주한다면 현재 생산량의 60% 정도에 머물고 있는 수출비중이 오는 2000년경에는 70%선까지 올라 갈 것으로 예상되며 한국은 세계 5위의 PCB 생산국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희영기자 hy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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