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까지 청소년 유해공간으로 지목되며 당국의 강력한 규제를 받았던 게임방이 최근 들어 촉망받는 육성대상으로 대접을 받고 있다.
올 초 국회를 통과한 「음반·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의 하위 법령을 마련하고 있는 문화관광부는 게임방을 당초 「멀티게임장」이라는 게임서비스 제공업의 하나로 규정했으나 지난달 입장을 바꿔 게임 외에 교육·오락·정보 등 다양한 서비스가 가능한 「멀티문화방」으로 정의, 건전한 국민 문화공간으로 육성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정보통신부 역시 최근 공표한 「사이버 코리아 21」 프로젝트에 「인터넷플라자」 개념을 제시하고 인터넷PC방(게임방)을 건전하게 육성해 인터넷 활용의 대중화를 유도하는 민간차원의 정보화 공간의 하나로 활용하겠다고 선언했다.
불과 몇개월 만에 게임방의 위상이 180도로 바뀐 것은 우선 게임방수가 전국적으로 무려 4000개 이상으로 늘어난 데다 이에 따른 엄청난 경제적 파급효과를 인정받으면서 게임방 자체가 이미 무시못할 신종업태로 자리를 잡은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게임서비스업이자 정보통신서비스업의 측면을 동시에 갖고 있는 게임방의 특수성으로 인해 문화관광부와 정보통신부가 각기 주무부처로 개입할 수 있다는 측면을 게임방 업계가 이용한 것도 이같은 변화를 가져온 한 요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작년 말 결성된 「한국인터넷PC대여업협회」 등 게임방 단체들은 게임방을 기존의 컴퓨터게임장(전자오락실)으로 간주하려는 문화부의 정책과 그 정책의 근거가 되는 기존 「음반 및 비디오물에 관한 법률」을 부정하고 줄곧 자신들의 업태가 「정보통신서비스업」이라고 주장해왔다. 게임방 업계의 이같은 주장에는 게임방이 게임서비스업으로 국한되면 설립·운영상 매우 불리하다는 현실적인 판단이 깔려 있었다. 그러나 게임방이 게임서비스를 근간으로 운영되는 현실은 부정할 수 없어 게임산업 주무부처인 문화부에 게임방을 기존의 컴퓨터게임장(전자오락실)과 구별, 별도의 업종으로 규정해 달라고 요청함과 동시에 정보통신부에 대한 접근을 시작했다. 이 협회는 최근 문화부가 기존의 입장에서 한걸음 물러나 게임방을 「멀티문화방」으로 규정하며 육성방침을 표명하자 협회이름을 「한국인터넷멀티문화협회」로 바꾸고 문화부 산하로 사단법인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화부 및 음비법과의 일체의 타협을 거부한 이 협회소속 업주들은 「한국인터넷플라자협회」를 결성하고 지난 9일 창립대회를 개최했다. 이 단체는 창립대회에서 『정통부에 산하사단법인신청서를 제출, 산하단체로 인정받았다』고 공식 발표했다.
최근 문화부와 정통부가 경쟁적으로 게임방 육성책을 내놓은 배경에는 이러한 당국과 업계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이같은 상황을 인정한다면 앞으로 게임방은 게임서비스를 중심으로 접근하는 문화부 및 오는 5월부터 시행될 「음반·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과 함께, 정보통신 서비스업을 관리하는 정통부와 「정보화촉진기본법」 「전기통신사업법」 등의 관장을 받게 될 가능성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본질적으로 동일한 업종과 단체가 이원화된 제도와 법규의 울타리에 놓이게 되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미 수천억원이 투입된 게임방 인프라를 정부가 발전적으로 육성하겠다는 것은 고무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이원화된 육성책으로 인해 게임방 관련정책과 법규를 아전인수격으로 적용할 경우 혼란과 갈등이 발생할 소지가 많다』고 우려했다.
지난달 하순 문화부는 게임산업육성에 문화부와 정통부가 경쟁적으로 나설 경우 정책혼선과 예산낭비를 초래할 수 있음을 지적하고 정통부에 「게임산업육성업무 일원화」에 협조해줄 것을 공식 요청했다. 동시에 청와대·국무총리실 등 상급기관에 게임산업 업무관할권에 대한 확실한 조정을 의뢰한 상태다.
게임산업을 고부가 문화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결실을 거두기 위해선 무엇보다 해당산업의 기술발전 추이에 맞는 효율적이고 일관성이 있는 육성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유형오기자 hoyoo@etnews.co.kr>
많이 본 뉴스
-
1
테슬라, 중국산 '뉴 모델 Y' 2분기 韓 출시…1200만원 가격 인상
-
2
필옵틱스, 유리기판 '싱귤레이션' 장비 1호기 출하
-
3
'과기정통AI부' 설립, 부총리급 부처 격상 추진된다
-
4
두산에너빌리티, 사우디서 또 잭팟... 3월에만 3조원 수주
-
5
'전고체 시동' 엠플러스, LG엔솔에 패키징 장비 공급
-
6
모바일 주민등록증 전국 발급 개시…디지털 신분증 시대 도약
-
7
구형 갤럭시도 삼성 '개인비서' 쓴다…내달부터 원UI 7 정식 배포
-
8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 보조배터리 내부 절연파괴 원인
-
9
공공·민간 가리지 않고 사이버공격 기승…'디도스'·'크리덴셜 스터핑' 주의
-
10
상법 개정안, 野 주도로 본회의 통과…與 “거부권 행사 건의”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