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를 고객만족의 수단만으로 활용하는 시대는 지났다. 서비스를 이익을 내는 수익사업으로 육성할 때가 된 것이다. 서비스를 수익사업으로 키운 예는 외국사례 만큼 좋은 것은 없다. 불황이 극심했던 지난 60년대 초 전문업체를 만들어 성공을 거둔 일본의 AS사업은 비슷한 환경에 처해 있는 우리에게 시사는 바가 크다. 물론 일본 전자업체들의 AS전문회사 설립을 통한 성공비결이 우리에게 모두 들어맞는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응용 가능한 요소가 상당히 많다는 점에서 이들 AS전문업체의 활동을 살펴볼 만하다.
세계 최대의 가전제품 생산국인 일본에 서비스 독립법인이 등장한 것은 30여년 전인 60년대부터다. 마쓰시타와 도시바가 60년대 초 비슷한 시기에 처음으로 본사의 서비스본부를 분리해 전문업체를 설립하면서 처음으로 서비스가 사업화되기 시작했다. 이어 60년대 말 소니, 산요 등이 서비스 전문업체를 설립하고 80년 NEC, 93년 히타치 등 일반 제조업체들이 서비스 부문을 따로 분리해 회사를 설립했다. 일본에서 내로라는 전자제품 생산업체치고 별도의 서비스 전문회사가 없는 업체는 없다. 제조업체들의 AS 전문업체 별도설립이 보편화됐음을 의미한다.
일본 업체들이 이렇게 서비스 전문업체를 따로 설립한 것은 판매점들의 지역밀착형 서비스를 지원하기 위해서였다. 자사 제품에 대한 고객만족을 실현해 소비자들로 하여금 자사제품을 다시 사도록 하겠다는 게 그 목적이었다.
그래서 일본 제조업체들은 본사에 별도 서비스회사와 본사 업무를 조정할 수 있는 CS본부를 두고 지역 판매회사별로 1개의 서비스전문회사를 설립했다. 마쓰시타, 도시바, 히타치는 8∼10개의 서비스회사를 운영하고 있으며 산요, NEC 등은 1개의 서비스회사에 7∼8개의 지역본부를 둔 형태로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 일본 서비스 전문업체는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서비스업체의 경영목표는 고객에게 만족할 만한 서비스를 제공해 일선 유통점들의 영업력을 지원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익을 남기기 어렵다. 따라서 제조업체들은 서비스 전문업체 설립에서 투자를 최소화하고 있다.
일본 서비스 전문업체들의 자본금 규모는 적게는 1000만엔이고 많아봤자 1억엔 정도다. 제조업체 대부분의 자본금 규모가 수백억엔대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보잘 것 없는 게 분명하다. 게다가 고정자산을 줄이기 위해 장기 임차형태로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자산을 과다하게 보유함으로써 지불하는 금융비용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다. 또 「손익 제로 실현」을 경영 목표로 삼아 손해보지 않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서비스 전문업체들은 본사로부터 무상AS 기간 동안 수리해주는 제품은 무상대행료를 지원받는 것은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고정유지비도 지원받는 실정이다. 진취적인 AS사업 경영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업체들은 다른 회사의 AS업무까지 대행하면서 수익사업을 늘려가기도 한다. 산요의 경우는 「고객만족」과 「수익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경쟁사 제품 고장수리 업무도 대행하고 있다.
일본 제조업체들은 이 서비스 회사를 별도로 운영하면서도 고객만족에는 한치의 소홀함도 없다. 앞서 지적한 것처럼 서비스업체들이 제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기본적인 자금지원은 물론 서비스 요원 처우에도 지대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서비스 요원들의 급여체계를 본사와 비슷한 수준으로 하는 한편 서비스 회사별로 고객만족 정도를 평가해 차별화된 보상금을 지급, 업무를 독려하기도 한다. 하지만 임금지급에서 개인별 차별화는 실시하지는 않는다. 경쟁심을 통해 잘못된 일을 막고 팀워크를 다져 질높은 고객서비스를 실현하기 위해서다.
이제 일본에서 서비스 전문업체는 제조업체의 서비스 부문을 떼어낸 일개의 업체가 아니다. 외형적으로는 본사제품에 대한 효율적인 서비스 업무를 처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전자제품의 서비스를 사업화하는 또 다른 하나의 시장을 일궈내는 전문업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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