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가치 평가를 둘러싼 현대와 LG의 의견 차이로 한달 이상 표류하고 있는 반도체 빅딜이 「현대전자의 주가조작 혐의」라는 또 다른 암초를 만나 예측 불능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우선 현대전자가 빅딜 협상의 우위를 점하기 위해 계열사를 통해 주가를 조작했다는 금감원 측의 발표는 가뜩이나 진전없는 LG반도체 주식 양수도 협상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번 주가조작 혐의 조사가 불거진 배경에 대해 재계에서는 일단 진전 없는 반도체 빅딜 협상에 채찍질을 가하기 위해 던진 정부 측의 현대에 대한 경고성 메시지로 풀이하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얼마전 이헌재 금감위원장의 『반도체 빅딜 가격은 현대 측의 양보가 필요하다』는 요지의 발언과 연장선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추정이다.
지난해 기아자동차 인수, 금강산 개발사업, LG반도체 인수 결정 등으로 정부와 밀월을 구가하던 현대그룹이 최근 구조조정에 대한 의지를 의심받으면서 정부와 관계가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는 분석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는 설명이 설득력을 갖는다.
하지만 이번 주가조작설을 단순 경고성으로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무거운 사안이 아니냐는 시각도 적지 않아 보인다.
특히 언론의 보도 내용대로 현대그룹이 반도체 빅딜 논의를 전후해 빅딜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계열 회사들을 통해 현대전자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린 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지금까지 진행된 반도체 빅딜 협상 과정 자체에 대한 원인 무효 논의로까지 발전될 가능성마저 점쳐지고 있다.
즉 반도체 통합법인의 경영주체가 현대전자로 결정되기 전인 지난해 8월부터 빅딜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주가 조작을 벌였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현대전자를 경영주체로 선정한 작업 자체가 무효화하지 않겠느냐는 논리다.
「마라톤 레이스에서 1㎞만이 남았다」며 조기 타결을 자신하던 금융감독위원회의 서슬이 상당부분 퇴색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는 것도 이번 「주가조작」과는 전후 설명이 어려운 부분이다.
그러나 이번 사안으로 반도체 빅딜이 원인무효로까지 역류될 가능성은 현재까지 희박하다는 게 주변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LG 측 역시 『현 단계에서 과거 문제로 통합 구조 자체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며 빅딜 협상이 결국 타결될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다만 이번 주가조작 혐의 조사와 관련해 반도체 빅딜이 급작스럽게 전격 타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양 그룹은 물론 정부 측에서 조차 총수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는 만큼 지난달 말 동남아 출장을 떠난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이 귀국하는 이번 주말은 지나야 반도체 빅딜 협상에 대한 최종 타결이 시도될 것으로 보인다.
<최승철기자 scchoi@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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