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밀레니엄 베이비(Millennium Baby)」 만들기 붐이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의료정보 관련 전문가들은 2000년 1월 1일 의료 분야 Y2K 문제가 어떤 양상으로 나타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산모가 한꺼번에 병원으로 몰릴 경우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자칫하면 「밀레니엄 베이비」를 만들려다 「밀레니엄 버그(Bug)」 때문에 「밀레니엄 버거(Bugger)」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밀레니엄 베이비란 2000년 1월 1일 출생하는 아이를 일컫는데 밀레니엄 베이비를 낳기 위한 최적의 임신시기는 오는 7일에서 10일 사이로 알려져 있다.
이같은 밀레니엄 베이비 붐을 조장하는 곳은 역시 언론이다. 영국 BBC방송, 뉴질랜드 ZM라디오, 러시아 콤소몰스카야 프라우다지 등이 밀레니엄 베이비 출산을 중계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영국의 ITV는 부부 10쌍에게 아이 출생으로 이어질 「행동」을 오는 10일 시도할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심지어 지구촌의 건강을 책임져야 할 세계보건기구(WHO)마저 2000년 1월 1일 0시에 태어나는 「세기의 아이」에게 각종 특혜를 부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연세대의료원 세브란스병원과 강남 차병원이 2000년 1월 1일 0시를 기준으로 이 병원에서 첫번째로 태어나는 신생아에게 평생 진료권과 신생아 관리비, 산모 분만비 등 진료비 전액을 감면해 줄 계획이다. 이들 병원에서는 밀레니엄 베이비를 낳기 위한 잉태지침까지 안내해 주고 있다.
SBS도 오는 2000년 1월 방영 예정인 3부작 다큐멘터리용으로 2000년 1월 1일생인 밀레니엄 베이비 출산을 계획하거나 출산 예정일이 2000년 1월 1일인 부부를 선정, 기형아 검사 등 출산까지 모든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의료계와 언론이 앞장서고 가전·유통·호텔·관광업계 등 전 산업계가 동참해 밀레니엄 베이비 신드롬 만들기에 나서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이에 따라 유명 병원의 산부인과에는 밀레니엄 베이비 임신 가능성이 높은 날을 문의하는 부부의 전화가 수십통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처럼 밀레니엄 신드롬이 확산되고 있는 것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이왕 낳을 아이라면 새 천년을 여는 의미있는 날 태어나게 하고 싶은 예비 부모들의 생각과 산업계의 밀레니엄 마케팅 전략이 결합돼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양대 의대 김선일 교수는 『밀레니엄 베이비 신드롬으로 2000년 1월 1일을 전후해 분만 수요가 급증하고 특히 제왕절개하는 산모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날은 Y2K 문제가 본격적으로 발생하는 첫 날로 의료기기 작동이 중단되고 각종 병원 설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을 수도 있어 산모와 아이가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대학 및 종합병원의 Y2K 문제 대응은 비교적 잘 진행되고 있다지만 보건당국을 비롯한 범 의료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아이를 분만할 상당수 의원급 의료기관은 2000년 1월 1일까지 Y2K 문제의 사각지대로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다』며 『이 문제는 한시적 성격을 지니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복지부와 의료계, 언론 등이 중심이 돼 밀레니엄 베이비 신드롬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태어날 아이를 위해 의료기관, 특히 산부인과의 Y2K 문제를 집중적으로 점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의 제왕절개 분만율은 선진국의 약 3배 수준인 36%로 알려지고 있으며, 의료 분야에서의 Y2K 문제 발생 가능성도 10∼20%에 달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의료 분야 Y2K 전문가인 태원정보시스템 정준수 차장은 『여행도 가급적이면 자제하라고 권고하고 있는 마당에 아이 낳기를 사실상 조장하는 것은 상식밖의 일』이라며 『Y2K 문제는 통상 날짜가 넘어가는 과정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다는 점을 감안, 2000년 0시로 넘어가는 시점에는 의료장비 사용을 일시 중단한 후 이상 유무를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편 서울대병원·삼성서울병원 등은 밀레니엄 베이비 만들기를 조장하는 일이 비윤리적이며, Y2K 문제와 관련된 돌발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판단아래 이같은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않기로 해 대조적이다.
<박효상기자 hs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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