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규 중앙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필자의 인터넷에 들어가면 서핑(surfing)을 하는 웹사이트가 몇 가지로 정형화되어 있다.
오전에는 대개 국내 신문사 두세 곳과 뉴욕타임스 사이트에 들어가 인쇄신문에서는 볼 수 없는 「Cyber Times」에 게재된 기사를 즐겨 읽는다. 수업을 준비하거나 저술작업을 할 때에는 주로 학술관련 저널 사이트를 찾는다. 요즈음에는 뉴미디어에 연관되어 출판된 논문들을 인터넷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으며, 그 덕택에 달러를 지불하고 책을 사지 않아도 되는 혜택을 제공받는다.
저녁이 되면 근거리통신망(LAN)을 통해 제공되는 학교의 인터넷 접속속도가 많이 빨라지기 때문에 자주 가는 사이트 중의 하나가 국내 방송국 사이트다. 그 중에서도 한 방송사는 시사프로그램부터 드라마까지 자사 프로그램을 가장 많이 주문형비디오(VOD) 형식으로 저장해 인터넷 이용자들에게 서비스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각종 방송관련 자료도 제공하고 있어 자주 이용한다.
또 리얼 플레이어라는 소프트웨어를 통해 제공되는 실시간 중계방송은 TV수상기가 없어도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방송을 시청할 수 있기 때문에 참으로 편리하다. 아직 해상도가 낮고 제공되는 화면이 명함크기 정도밖에 되지 않아 TV수상기로 보는 것과는 비교되지 않으나 인터넷을 통한 방송프로그램 시청이야말로 현재까지 인터넷 관련기술이 제공하는 서비스 중 백미가 아닌가 생각된다.
이렇듯 국내 3대 방송사 사이트에 들어가보면 뉴스 속보에서부터 실시간으로 방송되는 라디오 및 TV 프로그램 등 그야말로 총체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인터넷의 종주국이자 전세계 이용자의 과반수가 넘는 나라, 미국의 방송국은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까. 한국의 경우를 근거로 예상해보면 더욱 진보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하여 전세계의 이용자를 대상으로 최소한 한국의 방송국보다 더욱 다양한 정보를 내보내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울 것이다. 그러나 실제 NBC 등 미국의 3대 네트워크의 웹사이트를 방문해보면 제공되는 서비스의 내용이 국내 방송사들보다도 단조롭다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물론 NBC가 마이크로소프트사와 공동으로 MSNBC라는 뉴스전문 채널 사이트를 만들어 전세계 네티즌들을 대상으로 24시간 실시간 방송을 하고 있기는 하나 이 서비스도 주로 저장된 뉴스화면이나 오디오를 제공하는 수준이지 실시간 방송을 하지는 않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국내 방송국들도 실시하고 있는 리얼 플레이어 등을 통한 생중계를 왜 정작 미국의 방송국들은 실시하지 않고 있을까. 필자가 생각하는 단 하나의 이유는 미국 방송국들이 아직은 인터넷 생중계를 통한 방송프로그램의 전송으로 수입을 올릴 수 있는 수단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주요 신문사들은 과거 무료로 신문기사를 제공할 때보다 인터넷으로 인해 많은 독자를 잃으면서도 유료체제로 돌아가고 있지만, 신문보다도 더 많은 잠재적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는 방송사들은 저작권료 등 모든 수익을 챙길 수 있을 때까지 그 시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한국 방송국들은 자사 프로그램을 인터넷을 통해 생중계함으로써 국내 시청자들이나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해외교포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능만 하고 있을 뿐 인터넷을 통한 부가가치 추구전략은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 만약 NBC 등 미국의 방송사들이 인터넷을 통해 유료로 자사의 프로그램을 위성 등의 값비싼 장비 없이도 전세계에 중계하기 시작하게 되면 자동번역 등 부가서비스까지 앞세워 우리의 방송시장을 위협할 가능성이 높고, 이 경우 국내 방송시장에 적지않은 파장을 미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지나친 상상과 걱정일까.
이제부터라도 그날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고 대비책을 세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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