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전자, 독자경영 움직임 활발

 대우전자의 독자경영 움직임이 표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생산과 영업 등 모든 경영활동이 정상국면으로 빠르게 회복되고 있어 외부상황을 고려치 않고 대우전자 속만 들여다보고 있으면 마치 빅딜상황이 종료된 것처럼 여겨질 정도다.

 이같은 상황변화에 마침표를 찍듯 그동안 대우전자 독자경영을 강력히 시사해온 양재열 대우전자 사장은 29일 임직원들에게 『빅딜 무산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으며 이제부터 제2의 창업을 한다는 각오로 어떤 변화에도 전혀 흔들림 없는 초우량기업으로 거듭나자』는 내용을 골자로한 담화문을 발표해 그 진의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더욱이 양 사장은 담화문에서 『대우전자가 빅딜반대라는 목표관철을 앞둔 지금 임직원간 신뢰를 회복해 빅딜로 인해 손상된 이미지를 만회해 가자』고 당부하는 등 빅딜무산을 거의 기정사실화하고 있을 정도다.

 「대우전자는 어려운 환경속에서 3월 한달 동안 사업계획을 초과달성하고 생산기록을 갱신했다」고 양 사장이 담화문에서 자신있게 밝힌 것처럼 실제 3월 들면서 대우전자의 생산과 영업활동은 빅딜이전 상황으로 완전히 회복되고 있다.

 주력제품인 TV의 경우 미주를 비롯해 유럽지역의 수출물량이 전년대비 60% 이상 증가해 빅딜발표 이후 월평균 5만대에 불과했던 생산량이 지금은 13만여대로 3배 가까이 늘어 생산라인이 풀가동되고 있으며 3시간가량 잔업까지 실시하고 있다는 게 대우전자측의 주장이다.

 또 가동률이 80% 수준이었던 냉장고나 세탁기공장도 최근 가동률이 100%로 정상가동되면서 냉장고는 월 8만2000대에서 14만5000대로, 세탁기는 6만대에서 14만5000대로 빅딜발표 이후인 지난해 12월에 비해 지금은 각각 181%, 167%씩 크게 늘고 있다는 것이다.

 대우전자를 둘러싼 상황변화는 이달 들어 냉장고 등 신제품에 대한 대대적인 광고와 함께 전국을 대상으로 신제품 개발 및 로드쇼를 전개하는 것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우전자는 아예 다음달부터 빅딜로 실추된 기업이미지의 회복을 위해 기업광고도 실시한다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으며 이달 초 미국에서 1억3000만달러의 외화차입에 성공한데 이어 이달 중 또 한차례의 외화유치 성사가 이루어질 것으로 장담하고 있기도 하다.

 이 같은 일련의 움직임은 양 사장의 말대로 이제는 빅딜무산에 따른 후유증을 걱정할 정도로 대우전자의 독자경영이 거의 현실로 다가온 듯한 느낌을 던져주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도 대우전자내 일부 직원들을 포함해 외부에서는 빅딜무산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대우전자 자체적인 움직임 외에는 이를 반증할 만한 구체적인 정책변화나 그룹 움직임이 아직까지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일부에서는 대우전자 경영진 주도로 확산되고 있는 대우전자 독자경영론이 빅딜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만만치 않게 흘러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빅딜이 무산돼 대우전자의 희망대로 독자경영이 실현되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만에 하나 기존 방침대로 빅딜이 강행될 경우 독자경영을 기정사실화하고 생산 및 영업활동에 진력해온 대우전자 직원들이 받는 상대적 박탈감은 더욱 커진다는 위험도 상존해 있는 셈이다.

 대우전자 독자경영 움직임이 빨라지면 빨라질수록 빅딜에서 비롯된 혼란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빅딜에 대한 근본적인 방침이 시급히 정리돼야 한다는 게 업계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양승욱기자 swy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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