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만산 PC주변기기의 국내 유입

 대만산 PC주변기기의 국내시장 잠식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90년대 초반 주기판을 중심으로 국내에 대량 유입돼 시장혼란을 초래했던 대만산 PC주변기기들이 IMF한파 이후 국산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약화되자 다시 대거 유입, 유통되면서 국내 PC주변기기산업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

 최근 대만산 PC주변기기 유입이 다시 급증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지난해 말부터 달러에 대한 원화환율이 1200원대로 안정세를 보임에 따라 대만산이 국산 제품에 대한 가격경쟁력을 회복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올들어 국내 PC시장의 회복기미와 수출량 확대, PC게임방 특수 등에 힘입어 국내 PC시장 규모가 확대되고 있는 것도 한 요인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근의 현상은 다음 몇 가지 점에서 종전과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어 우리의 관심을 모은다. 그것은 우선 대만 PC주변기기 업체들의 종전과 다른 시장잠식 정책이다. 그들은 국내 수입상들에게 신용거래의 길을 열어주고 우수한 대리점만을 선정해 물건을 공급하는 등 나름대로 지원책을 강구, 국내 유통업계를 유인하고 있다.

 또 하나의 특징은 국내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대만산 PC주변기기 제품류의 무차별적인 다양성이다. 국내에 유입되는 대만산 PC주변기기는 종전까지만 해도 주기판·그래픽카드·사운드카드·모뎀 등 중저가 제품이 주종을 이뤘으나 최근 들어서는 이들 중저가 제품은 물론 모니터·CD롬드라이브·스피커·스캐너·CDR미디어 등 가격의 고하를 불문하고 무차별적으로 유입되고 있다. 이로 인해 대만산 제품의 국내시장 유입은 장기화하면서 국내산업에 큰 피해를 가져다 줄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서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국내 PC주변기기산업의 취약성이다. 최근 대만산 제품의 급격한 국내시장 유입현상은 원화 환율안정과 PC시장 회복이 가져다준 요인도 전혀 부인할 수 없지만 그것보다는 국내 PC주변기기산업의 취약성이 더 큰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두인전자·가산전자를 비롯한 중소 PC주변기기 업체들의 연쇄부도는 「유망 벤처기업의 붕괴」라는 점 외에 이들이 생산·공급하고 있는 PC주변기기 시장의 수요·공급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유망 하드웨어 벤처기업에 대한 정부차원의 지원과 민간의 투자가 이뤄져야 할 시점이다.

 아울러 일부 대기업들마저 중소 전문기업들이 주로 생산해온 PC주변기기의 판매사업에 뛰어들어 대만산 저가품을 수입, 시장을 혼탁케 하면서 대만제품 유입의 요인을 제공하고 있다.

 자본력을 가진 대기업이 PC주변기기 시장에 가세하면 브랜드 인지도나 가격경쟁력에서 열세인 국내 전문업체들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 대기업들은 대만산 저가제품의 대량 수입이 국내산업의 와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다 용산전자상가 등지에서 제조 브랜드와 수입원이 표기되지 않은 무적(無籍) 대만산 PC주변기기까지 대량 유통돼 소비자들에게 심각한 피해를 주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일부 수입상들이 값싼 대만산 주변기기를 수입해 공급하면서 제조사명은 물론 국내 수입사명조차 표기하기 않은 무적제품을 유통시켜 시장질서를 어지럽히고 있어 이의 대책이 시급하다. 특히 대만산 PC주변기기들은 AS문제는 물론 시장가격의 동반하락을 유도하는 덤핑요소가 많기 때문에 국내 유통구조를 뿌리째 흔들어 놓는다.

 아직까지 대만산 제품의 국내시장 점유율이 그리 높지는 않다고 한다. 그러나 대만산 제품의 유입이 이대로 지속될 경우, 국내 PC주변기기에서 이들 대만산 제품은 점차 시장을 넓혀 나갈 것이 확실하다. 나아가 IMF한파의 직격탄을 맞고 휘청거리고 있는 국내 PC주변기기산업을 뿌리째 흔들 가능성마저 있다.

 우리는 지난 90년대 초 주기판을 포함한 일부 주변기기의 국내시장 장악으로 홍역을 치른 뼈아픈 경험을 갖고 있다. 이같은 사태는 재연될 소지가 높다. 국내 PC주변기기산업 전반에 대한 정부와 민간차원의 대응책이 뒤따라야 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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