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벤처기업 (134)

 옆방에서 들리는 빠른 호흡 소리는 나의 기분을 더욱 엉망으로 만들었다. 다급한 숨소리는 여자보다 남자들에게서 더욱 강했다. 남자들이 더욱 다급해지고 있었다. 하나 건너 옆방의 윤 병장은 조금 다른 양상이었다. 그는 일을 시작하지 않고 장난을 하는지 여자가 신경질을 내면서 빨리 해치우라고 재촉했다. 이러한 소음은 나에게 자극을 줄 만큼 잔혹한 것은 될 수 없었으나, 불쾌한 것임에는 틀림없었다.

 이윽고 여자가 들어왔다. 그녀는 예의를 차린답시고 방문을 노크했다. 내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문이 열리면서 불그죽죽한 여자의 얼굴이 들어왔다.

 『들어가도 좋아요?』

 여자는 들어서서는 계면쩍은 어조로 물었다. 들어와 놓고 수작을 부리느냐고 하려다가 나는 입을 다물었다. 여자는 금방 캐낸 고구마처럼 얼굴이 길쭉했으나 그렇게 밉지는 않았다. 아마 나이가 어려서 그렇게 밉지 않게 보였는지 모른다. 무척 어려 보였기 때문에 혹시 미성년자가 아닌가 하는 의심이 갔다. 어린 여자는 인내심이 강한 것이 아니라 성깔을 부리지 않는다는 점일 것으로 짐작했다. 여자는 성깔을 부릴 것 같지 않은 느낌을 주었다. 물론, 나는 이런 곳에서 이런 행위를 시도하는 것이 처음이기 때문에 어떻게 하는 것이 소위 성깔을 부리는 것이고, 어떻게 하는 것이 인내심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아마, 지금 윤 병장이 하고 있는 장난을 받아들이는 것도 일종의 인내심일 것이다.

 『무엇을 그렇게 생각하세요? 이런 곳에 들어와서는 그렇게 철학적인 얼굴을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아요. 관념을 버리고 아주 단순해질 필요가 있어요.』

 여자는 생각보다 지적인 어휘를 쓰고 있었다. 옆에 앉는 것을 자세히 보니 적어도 기본적인 교육은 받은 것으로 보이는 얼굴이었다. 그래서 나는 다소 안심이 됐다. 그러나 그것도 쓸데없는 것이었다. 여자가 지적이면 어떻고 무지하면 어떤가. 윤 병장의 생각처럼 성깔을 부리지 않는다면 다행일 것이다.

 『여기 처음이라면서요?』

 여자는 내가 귀엽다는 듯이 웃음을 흘리면서 나의 옆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래서 그러는데… 그냥 이야기만 하고 나갈게.』

 『히히히….』

 여자가 이상한 웃음소리를 냈다. 그때는 천박하고 경망스런 느낌을 주었다.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