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IMT2000 국제기술 표준

 최근 브라질에서 열린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의 통신규격에 관한 실무자회의에서 차세대 이동통신인 IMT2000의 기술표준으로 일본·유럽방식과 북미방식을 모두 수용한 「미·일·유럽 통합」 규격을 채택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그동안 난항을 보여온 표준규격 교섭문제가 일단락됐다.

 특히 ITU는 오는 6월까지 일부 지적재산권 문제를 결정짓고 10월까지는 기술적인 세부사항을 확정지을 계획이어서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우리나라는 IMT2000 규격이 복수표준으로 갈 것에 대비, 이미 양대 규격 관련 기술개발을 추진해온 터라 이번 표준합의로 특별한 전략변화가 예상되지는 않으나 이번 표준채택으로 통신기기 제조업체들은 부품의 공통화와 양산화의 추진이 가능해 상당한 제조비용 절감효과가 기대된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IMT2000의 표준규격이 마련됐다는 것은 상용화가 급진전된다는 의미다. ITU가 북미방식과 유럽방식을 모두 수용하는 복수표준을 채택해 2001년 서비스할 수 있는 조기 개시의 길을 터줬기 때문이다.

 IMT2000은 지상의 유무선통신은 물론 각종 위성전화까지 포함, 현존하는 모든 개인통신수단을 하나로 통합한 것으로 고품질의 음성통화는 물론 이동중 인터넷·전자우편 접속과 고속 데이터통신서비스도 가능한 차세대 멀티미디어 이동통신기술이다.

 특히 각종 영상정보 및 무선 교통정보서비스, 가입자 위치확인서비스, 주문형비디오(VOD)서비스, 단문메시지서비스(SMS) 등 다양한 부가기능도 제공할 수 있다.

 이같은 장점을 지닌 IMT2000 관련 세계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시급하다.

 우리나라는 이동통신과 관련해 「코드분할다중접속(CDMA)기술 세계 첫 상용화」라는 위업을 달성했으나 IMT2000 분야에서는 시스템 부문을 제외하고 세계시장을 주도할 만한 기술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IMT2000 분야에서 주도권을 잡으려면 기술력을 배가해야 한다. 기반기술이 허약하면 장기전에는 반드시 패할 수밖에 없다. 한두 가지 제품은 빛을 볼 수 있을지 몰라도 결국에는 낙오된다.

 특히 국내 이동통신 분야는 전형적인 계단식 기술개발 형태를 보이고 있어 기술이 축적되지 못하고 부분적인 성과에 그치고 마는 경우도 있다.

 우리가 강점을 갖고 있는 CDMA만 해도 핵심부품은 대부분 외국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주문형반도체(ASIC) 및 소프트웨어와 관련해 퀄컴에 지불하는 로열티가 사회적인 문제로 부각할 정도로 점차 심각해지고 있다.

 IMT2000에서 이같은 문제가 재발하지 않기 위해서는 칩 국산화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특히 기술력이 미흡한 부품의 국산화 및 단말기 개발분야를 타깃으로 삼아 국제경쟁력을 높이는 데 전력투구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 ITU가 주도하는 국제표준의 상세규격화 움직임에도 적극 동참해야 한다.

 IMT2000이 단순히 시스템 위주의 절름발이식 사업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콘텐츠업체 모두가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분야의 기술적 논의가 광범위하게 진행돼야 한다.

 이같은 기술개발을 전제로 IMT2000을 정보통신 전략분야의 하나로 육성할 경우 세계시장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이 예상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는 국내가 아닌 세계를 목표로 IMT2000 상품개발에 나설 때 가능하다. 현재 IMT2000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업체들이 세계시장을 타깃으로 기술개발에 나서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특히 특허권 분쟁, 특허료의 과도한 지불 등을 피하기 위해 IMT2000의 원천기술 확보는 국내 업계의 절실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이를 위해서는 벤처기업을 집중 육성하고 대기업의 기술지원 및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수적이다. 민·관·학 관련 연구기관들이 연계해 기초기반기술은 물론 핵심부품 개발과 제품생산기술 등을 공동연구하는 체제를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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