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통합방송법, 이번만큼은 차질 없게

 지상파방송과 케이블TV·위성방송 및 중계유선에 이르기까지 국내 방송산업이 유사 이래 최대의 대변혁을 앞두고 있다.

 IMF 혹한과 정부의 구조조정 요구로 방송계가 대대적인 몸집 줄이기를 단행하고 있는 데 이어 국내 방송산업계가 세계적인 흐름을 탈 수 있도록 할 것으로 기대되는 통합방송법이 4년간의 산고 끝에 이르면 상반기에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작년 말 통합방송법 통과를 무산시키면서도 위기에 처한 케이블TV산업의 숨통을 터주기 위해 올초 우선적으로 단행했던 종합유선방송법 개정이 몰고온 변화의 움직임들을 보면 향후 통합방송법이 통과되고 정부의 의지로 디지털 지상파방송을 2001년부터 실시할 경우 국내 방송환경이 과연 얼마나 변모될 것인지를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종합유선방송법의 실질적인 발효라 할 수 있는 시행령이 나오기도 전에 여러 케이블TV 종합유선방송국(SO)을 운영하는 사업자(MSO)가 잇따라 등장하고 있고, SO간 인수·합병과 프로그램공급업자(PP)의 매각 및 장르변경, 그리고 전송망을 확보하지 못해 큰 차질을 빚어온 2차 SO들의 전송망 확보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일부 대기업 계열 엔터테인먼트 관련 PP들의 국내외 기업에 대한 매각설을 비롯한 PP의 합종연횡 징후도 여기저기서 감지되고 있고, 중계유선과 SO의 통합에 대비한 인수·협력 움직임도 가시화하고 있다.

 이들 업체의 사정이 갑자기 호전됐다거나 특별한 호재가 발생한 것은 아니지만 법에서 막아 놓았던 운신의 제한을 풀어주니 나름대로 살아남기 위한 자구노력을 기울일 수 있게 된 것이다.

 처해 있는 상황이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통합방송법이 뜰 경우 위성방송과 지상파방송에도 이에 못지 않은 변화의 바람이 불어닥칠 게 분명하다.

 정부·여당은 얼마 전 방송개혁위원회가 마련한 통합방송법안을 토대로 정부안을 확정, 내달중 국회에 상정한다는 방침 아래 앞으로 당정협의와 의원간담회 등을 잇달아 열어 핵심 쟁점을 정리할 예정이라고 한다.

 물론 여권내 의견이 조율되더라도 야권과 방송관련 단체·기관 및 방송사 등의 반발이 적지 않을 것이다.

 방송협회가 최근 문화관광부와 국회에 편성의 자율성 보장과 방송재정구조 개선 등에 관한 의견서를 제출했고, 민간단체와 방송사 노조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각각의 절박한 사정들에도 불구하고 이번만큼은 통합방송법 제정이 또다시 미뤄지거나 과거의 틀을 답습하는 어정쩡한 타협의 산물이 나오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이번 통합방송법 제정은 단순히 방송법을 개정하는 차원이 아니라 정치적인 이유로 지난 정권 때부터 계속 미뤄와 이미 한계상황에 도달한 우리나라 방송산업의 근본적인 틀을 다시 짜는 일에 다름 아니다.

 따라서 오염되었거나 부패된 부분은 과감히 도려내고 새로운 환경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체질개선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것은 변화 에너지가 제대로 분출할 수 있도록 물꼬를 트고 IMF로 피폐해진 속에서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 「희망」과 「위험」을 함께 안고 있는 수술과 같은 일이기 때문이다.

 지상파와 케이블을 비롯한 대부분의 방송산업계는 IMF 돌파를 위한 자구노력과 정부의 구조조정 기조에 발맞춰 기구와 인력을 축소하고 사업조직을 잇달아 외부에 매각하는 등 살을 깎는 구조조정 작업을 벌여왔다.

 이제 공은 정부당국과 정치권으로 넘어갔다. 당국과 정치권은 지금 우리 방송산업이 처해있는 절박하고도 복합적인 상황을 감안해 정당간의 이해나 부처·기관의 이기주의, 정권편의보다는 새 밀레니엄에 대비할 수 있는 든든한 방송의 틀을 마련하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지금 방송산업이 겪고 있는 혼란의 상당부분이 정부와 국회에 책임이 있음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이번에는 차질없이 통합방송법을 일궈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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