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남전자가 최근 워크아웃 대상에서 전격 탈락됨에 따라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지난 73년 일본 굴지의 가전업체인 마쓰시타와 합작으로 설립돼 국내 최초로 컬러TV를 생산해낸 화려한 명성을 지니고 있는 아남전자(대표 박상규)는 워크아웃 대상에서 탈락하자 지난 18일 수원지방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해 놓고 재기를 다지고 있다.
이처럼 벼랑 끝에 내몰려 있는 아남전자는 국내 업계 처음으로 컬러TV를 생산했을 뿐만 아니라 지난 80년 마쓰시타 지분을 인수하고 나서도 국내 업계가 손대지 못한 고급 제품만을 고집해온 고급AV 전문업체의 대명사였다.
그러나 아남전자는 지난 95년 이후 가전3사와 무리하게 밀어내기식 판매경쟁을 펼치면서 외상매출 채권이 급증했으며 이로 인해 자본잠식과 함께 3천여억원에 달하는 부채를 안게 돼 오늘 같은 비운을 맞게 됐다.
무리한 확장경쟁으로 위기를 맞은 아남전자는 지난해 IMF 사태 발생으로 자금줄이었던 아남반도체마저 위기를 겪게 되자 비로소 외상매출 감축과 해외시장 개척 등을 통해 독자생존에 나서기 시작했다.
아남전자는 지난해 이후 평균 4개월에 이르는 외상매출 기간을 1개월로 줄이는 등 현금흐름에 만전을 기해오고 있으며 미국과 유럽 등 해외시장 개척에도 많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아남전자는 특히 해외업체들에서 높은 기술력과 명성을 인정받아 시장 개척이 순조로워 올해에만 세계 25개 거래처들을 대상으로 1억8000만 달러의 수출고를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는 등 해외시장 개척에 온힘을 기울여왔다. 특히 최근 OEM 의향서를 교환한 미국의 아마나사와는 OEM 거래와 함께 지분투자 약속까지 받은 상태다.
아남전자의 박상규 사장은 『현재의 경영여건으로 볼 때 올해에만 71억원의 영업이익이 발생하고 내년에는 100억원 이상, 그리고 2003년에는 200억원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라고 밝혔다.
아남전자의 앞날은 이제 채권단과 법원의 결정에 달려 있는 상황이지만 많은 관계자들은 아남전자의 사업전망이 밝은 데도 법정관리가 무산돼 26년 동안 AV제품에서 쌓아온 노하우와 전문성이 하루아침에 무너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와 함께 격려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유성호기자 sunghy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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