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9~01년 ASIC코리아 기술과장
◇ 91~92년 J&C인더스트리 기술부장
◇ 92~94년 브레인 패밀리 기술영업과장
◇ 현재 미디어 100코리아 대표
컴퓨터가 생겨난 이래 사람들의 생활 및 의식구조에는 많은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과거 사람의 손과 머리, 각종 계산도구를 이용해 하던 많은 일들을 컴퓨터라는 기계가 대신하기 시작한 것이다. 계산을 빨리해 내며 저장기능을 갖춘 컴퓨터는 수많은 내용들을 기억함으로써 인간을 많은 반복업무로부터 벗어나게 해준 것은 물론 재생하기 힘든 어려운 일들을 한치의 오차없이 복제할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비단 이러한 일들만이 아닌 생활사에 수없이 많은 일들을 컴퓨터가 대신해주고 있는 그런 생활 속에서 우리는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디지털시대에 영상분야 역시 예외는 아니다. 과거 영상분야의 새로운 작업방식인 「비선형편집시스템(Non-Line
ar System)」 혹은 「디지털 비디오시스템(Digital Video System)」이라는 용어는 일부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들만의 몫이었고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할리우드식의 영화제작에서나 사용되는 시스템 정도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컴퓨터시스템의 빠른 발전과 소프트웨어의 개발, 아울러 보다 풍요로운 생활 패턴으로의 변화로 특수 장비로 여겨져 왔던 이러한 시스템들이 우리 생활 속으로 보다 가깝게 다가왔다. 이제는 가정용 컴퓨터를 가지고도 비디오·오디오·그래픽 등 갖가지 자료를 입력해 자기 취향에 맞는 형태로 재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기술변화 추세에 발맞춰 최근 1, 2년 사이에 우후죽순격으로 많은 비선형편집 관련장비들이 발표됐고 사용층도 급증하고 있다. 시스템의 종류 또한 보드타입의 저가형 장비에서 전문장비까지 다양해져 필요에 따른 사용자 선택의 폭을 보다 넓게 만들어 주었다. 이제 영상제작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들도 관심만 기울이면 구입할 수 있을 정도의 제품들도 발표됐고 영상관련 분야에서도 앞다퉈 비선형편집시스템의 설치·운영을 서두르고 있다. 타자기에서 워드프로세서로 대체하는 과정, 즉 문서작업의 디지털화 과정이 지금 영상에서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영상편집시스템의 큰 흐름인 비선형방식은 과연 선형(Linear)방식과 어떤 차이점을 보이고 있을까. 비선형시스템은 비단 경제적인 이유뿐 아니라 여러가지 다른 이유에서 기존 시스템을 대처하는 필연적인 시스템이라고 볼 수 있지만 무엇보다 비용대비 성능이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다. 값이 기존 시스템의 4분의 1인데 비해 보다 빠르고 강한 성능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속도 또한 기존 시스템과의 큰 차이점이다. 비선형시스템에서는 하나의 클립(Clip)이 더해지면 다른 장면들이 자동적으로 연결되며 한 장면이 지워지거나 혹은 짧게 편집돼도 나머지 부분들의 사이즈는 기존 장면에 맞게 조절된다. 그 다음 새로운 공테이프를 집어넣어 편집된 마스터 테이프를 녹화하면 모든 작업은 간단히 끝난다. 사용방법도 손쉽게 배울 수 있다.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다면 거의 다 배운 것이나 다름없다. 제각기 다른 작동환경 하에서 까다로운 작동스위처나 디지털 효과장치들을 배워야 하는 기존 선형시스템들과 달리 비선형시스템 프로그램을 컴퓨터에서 작동시키면 하나의 작동 명령어가 다른 곳에서도 똑같이 사용돼 다시 배울 필요가 없어진다.
일반적으로 선형방식은 입력된 영상이나 음향 등을 스위처·자막기를 통해 정보의 저장없이 새롭게 변형된 영상으로 출력하는 방식이다. 선형방식은 숙련된 사용자가 사용할 때 간단하면서 시간의 지체없이 흐름을 이어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다수의 장비가 필요하고 또 원하는 기능에 따라 효과기·자막기 등 계속적인 부대장비의 구입이 요구된다. 장비간 정확한 특성 및 특유의 감을 익히기 위해선 상당한 시간의 교육 및 현장체험이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비선형방식은 말그대로 연속되지 않는 형태의 영상처리방식을 말한다. 모든 정보를 컴퓨터에 입력·가공한 후 필요한 형태로 출력하는 방식이다. 이 편집방식은 입력된 영상·음향 등의 자료를 준비된 저장매체(주로 디스크어레이)에 저장한 후 필요에 따른 변형, 새로운 효과 삽입 등을 거쳐 다시 외부로 출력하는 형태를 띠고 있어 구성이 간단하고 다양한 기능들을 표현하기 위해서 응용소프트웨어의 설치만으로도 가능하다. 그래서 시간적 여유가 별로 허용되지 않는 생방송 혹은 중계방송 등에서는 그 특성상 아직도 선형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경우를 제외한 대부분의 작업에서는 비선형방식으로 대체가 대단히 빠른 속도로 추진되고 있다. 따라서 수년 이내에 영상편집시스템의 흐름은 선형시스템에서 비선형시스템으로 대체해 나갈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현재 비선형시스템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어려움은 저장방식과 매체다. 고화질의 영상을 비선형시스템 상에서 처리하기 위해서는 대략 12Mbps 이상의 전송속도와 충분한 저장매체의 공간이 필요하다. 이런 식으로 추산한다면 1시간짜리 영상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빠른 데이터 전송률과 대량의 저장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서두에서도 언급했듯이 컴퓨터관련 주변장비의 개발이 비약적인 속도로 발전해 왔기 때문에 가까운 시일내에 이런 문제들은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도 선형시스템의 경우 작업한 내용을 비디오테이프에 직접 담아두게 되는데 테이프는 그 자체가 지니고 있는 물리적인 특성으로 인해 한번 작업한 내용을 수정·보완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지니고 있다. 이는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는 VHS는 물론 방송용 베타테이프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작업중 일정 부분을 수정하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다시 작업해야 하고 필요한 부분만의 수정에도 많은 작업과정을 다시 거쳐야 하며 앞뒤 부분과 부드러운 연결을 위해서는 숙련된 기술자라도 많은 시간과 더불어 세심한 신경을 기울여야 하는 단점이 있다. 또한 영상이나 음향의 상태가 작업을 하는 횟수에 따라 저하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특성은 고화질의 원본과 더불어 작업중 화질이나 음질의 저하를 최소화하기 위해 고가의 장비를 써야 하는 부담을 준다. 게다가 원본이 손상되면 복구가 어렵기 때문에 자료의 보관에도 세심한 배려를 기울여야 한다. 가장 중요한 점은 멀티미디어시대가 요구하는 환경에 걸맞은 다양한 형태의 자료로 활용할 수 없어 그 활용도가 매우 낮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반면 비선형편집시스템은 모든 자료를 컴퓨터를 통해 디지털화하여 저장한 후 작업이 이뤄지기 때문에 작업 도중 어떠한 시점에서도 수정이 가능하다. 즉 필요에 따라 자료의 순서를 바꾸거나 자막의 내용을 임의로 바꾸는 일들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아무리 오래된 자료라도 수시로 다시 불러들여 수정·보완할 수 있고 작업 후에도 화질의 손상 등 원본 이미지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 따라서 장비의 구성이 매우 단순해지며 아울러 비용면에서도 효율적인 절감이 이뤄진다. 또한 선형방식에서 얻을 수 없는 다양하고도 독특한 효과들을 마음대로 표현할 수 있다. 저장매체의 활용방법에 따라 여러 사람이 자원을 공유해 작업할 수 있는 등 정보공유와 관련된 환경구축도 가능하다.
과거의 비선형장비는 단순 편집기능에 중심을 두었으나 현재의 편집장비는 세미콘텐츠의 성향을 띠는 장비들의 출현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세미콘텐츠장비는 주요 응용프로그램들과의 데이터 호환성 문제를 가장 중요시한다. 비선형편집장비의 특성 중 제일 고려해야 할 문제가 바로 전문 응용프로그램간 호환 및 활용성이다. 또한 이기종간 데이터 호환성 문제, 사용자의 요구에 따른 시스템의 개방성, 기술의 비약적 발전에 따른 시스템의 유지보수 관계 등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특히 비선형시스템의 가장 커다란 장점은 멀티미디어시대에 걸맞은 다양한 시도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입력과정부터 영상·음향뿐만 아니라 2D/3D그래픽·애니메이션·타이포그라피·디지털사운드 등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를 수용할 수 있다. 또 출력에 있어서도 고유의 비디오는 물론 CD롬·비디오CD·디지털다기능디스크(DVD)·웹비디오(Web Video) 등 현재 각광받는 모든 매체로 다양한 형태의 출력이 가능하기 때문에 그 활용도는 무궁무진하다. 요즘 새롭게 각광받고 있는 콘텐츠 제작산업의 중추로서 얼마든지 활용이 가능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요컨대 선형시스템에 비해 비선형시스템은 구성비용·작업속도·작업의 편리성·크리에이티브 등이 뛰어난 장점을 지니고 있다. 특히 모든 매체가 그렇듯 영상분야도 디지털화라는 큰 물결 속에 편승할 수밖에 없다. 앞에서 열거한 여러가지 기준으로 볼 때 우리가 디지털인쇄시장에서 보아온 것과 마찬가지로 비선형시스템도 빠른 속도로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러한 시대적인 흐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간과해선 안되는 점들이 있다. 디지털화가 된다고 해서 모든 것을 뒤로 하고 새로운 장비를 구축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일차적으로 현재 사용하고 있는 장비를 최대로 활용하는 방안을 신중히 모색해야 한다. 디지털장비로 교체만 한다고 현재 하고 있는 모든 일을 대신해 주지는 않는다. 비선형시스템은 다양한 종류만큼이나 다양한 화질과 기능, 타장비나 소프트웨어와의 호환, 활용도 등 고려해야 할 점들이 많다. 각 장비의 하드웨어적인 구성이나 이를 위한 가격에 따라 앞에서 열거한 바와 같이 과연 현재 작업의 장점만을 살려줄 수 있는지를 정확하게 따져봐야 시행착오를 최대한 줄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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