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의 만남> 에세이 "경영자의 길" 펴낸 정장호 부회장

 우리나라 정보통신분야의 대표적인 전문 경영인인 정장호(58) LG경영개발원 부회장이 지난 30여년 동안 기업에 있으면서 쌓은 생생한 현장경험을 바탕으로 「경영자의 길」(하나로 펴냄)이라는 에세이집을 펴내 관심을 끌고 있다.

 정 부회장은 이 책에서 LG정보통신, LG텔레콤 등에서 오랫동안 최고 경영자로 일하면서 느꼈던 절박감이나 벅찬 감정, 희망 등을 담담한 필체로 그렸다.

 특히 베트남에 국산 교환기를 수출하고 CDMA 이동통신기술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던 과정, 강력한 추진력과 기술력에 대한 확신을 바탕으로 PCS사업권을 따냈던 일, 그리고 어렵게 따낸 PCS사업권이 사업자 선정 의혹과 관련돼 겪은 시련 등도 솔직하게 얘기함으로써 경영자로서의 고뇌와 인간적인 면모마저 느낄 수 있다.

 저자는 당시 「실체적 진실」과 「사회적 진실」이 다를 수밖에 없는 현실을 통감했다면서,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물었던 경영일선에서의 은퇴이유에 대해서는 건강상의 이유도 있었지만 우선 당시 PCS사업자 선정 의혹이 LG텔레콤과 BT의 합작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된다는 판단이 먼저였다며 현직 공무원들이 이 문제와 관련돼 구속된 상황도 참을 수 없는 슬픔이었다고 묘사했다.

 그는 또 이 대목에서 우리사회는 기업에 대한 기대가 높지만 그 성과에 대한 평가는 인색한 편이라고 지적하고, 특히 기업의 최고 경영자에 대한 편견이 심한 상황에서 세계적인 기업이 배출되기 어렵다고 목청을 높이기도 했다.

 그러나 저자는 개인적으로 CDMA기술을 상용화했고 또 PCS사업에도 도전, 소기의 성과를 거둔 것을 보람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에 그동안 전문 경영인으로 살았던 삶을 결코 후회한 적이 없다고 술회했다.

 그런 만큼 저자는 마지막 작품이나 다름없는 LG텔레콤에 대한 애정을 곳곳에서 표현했다.

 그가 지난해 10월 LG텔레콤을 떠날 때 『죽어 무덤에 있더라도 「문제가 있으니 해결해 주시오」라는 말이 들리면 무덤이라도 열고 나올 것』이라고 말한 이임사를 빌려 이러한 심정을 소개하는 대목에서는 비장함마저 느껴진다.

 한편 저자는 『산업화 초기 어려웠던 시절에 경영학도로서 선진국의 경영기법을 배우며 압축성장에 참여한 전문 경영인으로서 축적된 자신의 지식과 경험이 후학과 후배 경영자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기대하는 마음에서 이 책을 쓰게 됐다』며 『산업화 초기의 한국적인 전문 경영인으로서 독특한 모델로 기억되기를 바란다』고 희망했다.

 이 책은 오랫동안 경영자의 길을 걸었고, 이제 자기 임무를 끝내고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기 위해 지난해 10월 기꺼이 현역에서 은퇴한 한 전문 경영인의 자화상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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