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D코리아 주재량 사장은 소문난 스포츠광이다. 테니스와 스쿼시, 골프가 모두 수준급이다.
『골프는 18홀의 경기라는 게 매력입니다. 매홀마다 다른 전략을 세워야죠. 어느 한 홀에서 실패했다고 좌절할 필요는 없습니다. 남은 홀에서 만회하면 되니까요. 반대로 한 홀에서 잘했다고 자만해서도 안됩니다. 나머지 홀을 망칠 수도 있거든요. 단순히 스코어에만 매달려서도 안돼죠. 비즈니스도 마찬가집니다. 눈앞의 판매실적에만 집착하기보다 18홀을 내다보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그에겐 자신만의 철학을 막힘없이 풀어놓을 수 있을 만큼 스포츠에 대한 열정이 있다. 미국 근무시절 그는 좋아하는 친구와 어울려 틈만 나면 「5종 경기(?)」를 벌이곤 했다. 골프부터 시작해 테니스·당구·볼링·바둑까지 하루 온종일 릴레이경기를 벌인 것.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바둑은 5급, 볼링 160∼170, 당구 250, 골프는 핸디 10 정도의 실력을 유지하고 있다. 테니스는 4시간반 동안 풀세트 접전을 벌인 적이 있을 만큼 즐긴다.
이렇게 스포츠를 좋아하다 보니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많다.
언젠가 텍사스 오스틴으로 출장갔을 때의 일이다. 일정을 마치고 난 주말, 회의에 함께 참석했던 한국인 동료와 골프약속을 했다. 그런데 전날만 해도 구름 한 점 없던 하늘에 진눈깨비가 뿌리고 바람까지 부는 게 아닌가.
변덕스러운 텍사스 날씨 탓에 문을 연 골프장을 찾는 것도 쉽지 않았다. 겨우 필드에 나가보니 딱 세 팀밖에 없었다. 일본팀과 미국팀, 그리고 주 사장 일행이었다. 미국팀은 세 홀을 돌자 악천후에 손을 들었고 일본팀은 9번 홀에서 중도탈락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건 한국팀뿐이었다.
『18번 홀에 도착할 때쯤엔 손이 다 얼어서 감각이 없어졌죠. 친구가 티샷을 날리자 클럽이 볼보다 더 멀리 날아가 호수에 풍덩 빠지는 진풍경을 연출할 정도였으니까요. 그 소문이 퍼지는 바람에 한동안 「크레이지 코리언」이라는 별명이 따라다니게 됐죠.』
골프를 배운 것은 페어차일드 인도네시아 지사에서 일했던 30대중반부터. 한번은 자카르타의 어느 골프장에서 하루에 18홀을 4번 돌아야겠다는 무모한 계획을 세운 적도 있었다. 새벽 5시, 해가 뜨자마자 필드에 나서 밤 9시까지 계속하면 72홀이 가능하다는 계산이었다.
『남자 캐디가 지쳐서 따라다니기를 포기하고 말더군요. 40도가 넘는 무더위였거든요. 72홀에 성공할 뻔했는데 그만 63홀에서 그치고 말았습니다. 앞에서 여자 동호인들이 토너먼트 경기를 하는데 비켜줄 생각들을 안하는 겁니다』며 주 사장은 겸연쩍게 웃어보인다.
요즘 가장 즐기는 운동은 테니스다. 아무리 바빠도 일주일에 두 번은 코트에 나간다. 작년엔 워터스키를 처음 배웠으며 앞으로 패러슈팅·행글라이딩·래프팅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연애도 스포츠도 비즈니스도 푹 빠져서 해야 한다는 게 30대부터 변함없는 그의 인생관이다.
<이선기기자 sk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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