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안보와 개인의 프라이버시 보호.」
「정보보호」에 해묵은 숙제라 할 수 있는 이 화두는 이번 설문조사를 통해서도 서로 양립하기 힘든 것으로 드러났다. 정보보호 산업·기술은 그 속성상 곧바로 군사무기화할 수 있는 분야임과 동시에 글로벌 전자상거래(EC) 환경에서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구현할 수 있는 수단이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를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들은 정보보호정책과 관련, 암호제품의 수출입 및 암호·복호키 관리 등에서 법적인 규제를 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민간단체·업계는 정부기관의 지나친 규제가 EC 관련산업을 위축시키고 개인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면서 정부기관의 논리에 맞서고 있다. 특히 세계 각국이 인터넷을 통한 글로벌시대에 대응해 유연한 정책을 펴고 있는 데 반해 필요 이상으로 경색 일변도라는 지적이다. 가능한 한 이른 시일내에 공청회 등을 통한 민간업계의 의견수렴 노력이 시급하다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민간의 입장=본지와 정보통신진흥협회·정보보호산업협회 등이 공동조사한 설문결과에 따르면 사용자 및 산업계는 공통적으로 제도적 규제를 심각하게 느끼는 것으로 파악됐다.
수요업체 62개가 응답한 설문에서는 21개 업체가 자체 보안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는 데 규제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 업체는 특히 이같은 제한으로 인해 △사내 전산환경에 적합한 보안체계 수립 △다양한 보안제품 도입 △인터넷·전자우편 등 개방형 전산시스템의 효과적 활용 △정보공개 △전산부문 아웃소싱 등에 어려움이 있다고 답했다.
암호제품 사용문제에 대해서도 정부의 관행에 상당히 비판적인 반응이었다.
「공공기관·금융권에 대한 암호제품 공급은 국가정보원이 독점하는 데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는 65개 수요업체의 69.2%에 해당하는 45개 업체가 극히 부정적인 견해를 표시했다. 이들은 외교·통일·국방 등 국가안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관에 한해 국정원의 독점적인 보안 관할권이 인정돼야 하고 나머지 기관에 대해서는 자율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답했다. 똑같은 질문에 39개 공급업체들도 80%에 달하는 31개가 동일한 답변을 내놓아 국정원의 보안정책에 대부분의 민간기관들은 상당히 비판적인 것으로 파악됐다.
또 현재 국내에서 민간부문의 암호사용에 대한 명문 규정이 없는 점을 감안, 앞으로 어떤 식의 해결방안이 제시돼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수요업체의 70%인 46개 업체, 공급업체의 63%인 24개 업체가 「공청회 등을 통한 국회 입법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각각 응답해 조속한 시일내에 암호사용제도와 관련한 민간부문의 의견수렴 작업이 있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향후 전망=해외에서도 군수물자수출제한협정(바세나르협정)에 따라 암호제품이 대부분 수출규제에 묶여 「특별」 관리되고 있으며 각국 정부기관도 암호화된 정보에 대해 접근권을 갖기 위해 키위탁제도 등을 마련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수한 안보상황에 있는 국내의 경우 기간 정보통신망체계의 보호를 위해 암호제품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관리가 더욱 필요하다는 게 국정원측의 논리다. 이에 따라 EC산업 활성화와 맞물려 암호제품 규제를 둘러싼 국가기관민간부문간 마찰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글로벌 EC체계와 관련된 암호제품은 규제의 방법·수준 등이 국가간 협의를 통해 해결돼야 하며 정부의 「지나친」 규제는 초기단계의 산업을 위축시킬 공산이 크다는 게 국내외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얘기다.
업계 전문가들은 『국가안보 차원에서 암호규제가 필요하지만 현재 국정원이 전산보안정책을 하달하는 공공기관의 범위가 너무 포괄적이고 규제의 강도도 높은 게 사실』이라며 『산업 위축과 프라이버시 침해 등 쟁점사항에 대해 폭넓은 의견수렴 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경묵기자 km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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