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도체용 스테퍼시장 "빅2체제"

 국내 반도체용 스테퍼시장이 일본 니콘과 네덜란드 ASML의 2사 경쟁체제로 압축되고 있다.

 지난 96년 한국 지사설립을 계기로 본격적인 국내시장 개척에 나선 ASML이 최근 삼성전자에 이어 현대전자에도 차세대 DUV(Deep Ultra Violet)용 스테퍼 및 스캐너 장비를 대량 공급하기 시작함으로써 그동안 니콘·캐논 등 일본업체가 독식해온 국내 스테퍼시장에 파란이 일고 있다.

 더욱이 캐논 스테퍼 장비의 주요 수요처이던 LG반도체가 최근 반도체 분야 사업을 현대전자에 이관키로 결정함에 따라 향후 국내 스테퍼시장에서 캐논의 입지는 더욱 불투명해졌다.

 또한 그동안 국내 소자업체의 연구소를 중심으로 DUV용 스테퍼를 공급해온 미국 SVG는 당초 예상과 달리 양산 라인용시장에서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함에 따라 국내 스테퍼시장의 구도변화에 큰 영향을 미치기는 현실적으로 힘든 상황이다.

 이에 반해 ASML은 지난 1, 2년간 삼성전자의 64MD램 생산라인에 DUV용 스테퍼 및 스캐너 장비를 대량으로 공급, 설치한 데 이어 현대전자로부터도 1억7000만달러 상당의 장비를 수주함으로써 최근 발주된 국내 DUV용 스테퍼 물량의 50% 이상을 석권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올들어 현대전자가 ASML 측과 함께 차세대 메모리 생산설비인 0.18미크론 이하 공정용 리소그래피 장비에 대해 수억달러어치의 구매 협상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져 국내 DUV 스테퍼시장에서 ASML의 입지는 더욱 확고해지는 분위기다.

 더욱이 니콘과 캐논 측이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여온 i라인용 스테퍼시장에 대해서도 ASML의 공세가 올해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보여 전체 스테퍼시장의 지각 변동도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실제로 ASML은 지난해 0.28미크론 이하의 해상 능력과 시간당 96장의 웨이퍼를 처리할 수 있는 스텝앤드스캔(Step & Scan) 방식 i라인용 스테퍼 「PAS 5500/400」 제품을 출시한 데 이어 올해는 불화아르곤(ArF) 레이저 소스를 광원으로 한 차세대 노광 설비까지 선보이는 등 경쟁업체보다 한발 앞선 기술적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ASML의 적극적인 공세에 대응, 국내 최대 스테퍼업체인 니콘프레시전코리아 측도 자사가 다른 경쟁회사들과 달리 DUV용 스테퍼 및 스캐너 장비는 물론 G라인과 i라인용 스테퍼도 갖추고 있다는 장점과 장비 가격의 상대적 우위를 무기로 적극적인 시장 고수에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광학 분야에서 절대적인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국내 스테퍼시장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해온 일본 니콘과 이 분야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한 ASML이 향후 어떤 식의 시장 경쟁을 펼쳐갈 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스테퍼는 반도체 제조 과정에서 설계된 회로를 웨이퍼에 투사하는 핵심장비로 연간 국내 수요는 200대 가량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특히 이중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DUV용 스테퍼는 대당 장비 가격만도 무려 500만달러를 호가하는 최고가 반도체 장비다.

<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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