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 근로사업의 하나로 지난해 11월부터 오는 4월까지 5개월 동안 진행되고 있는 주제도(主題圖) 전산화사업이 고용인력 관리, 지방자치단체들과의 협조체제, 사업수행업체들의 능력면에서 각종 문제점을 드러냄에 따라 이에 대한 보완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당초 계획보다 사업이 지연됨은 물론 주제도의 품질이 떨어져 실제 업무에 적용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주제도 전산화사업은 행정과 민간업무에 널리 사용되고 있는 토지이용현황도·도로망도를 제작·전산화한 뒤 이를 공간계획업무·도로계획업무·환경관리업무·재해방지업무 등에 활용하기 위해 추진되는 지리정보시스템(GIS) 관련사업의 하나로, 1백50억원의 사업비와 3천68명의 실업인력 및 대졸 미취업자가 투입되고 있다.
그러나 사업 수행 3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이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한국지리정보산업협동조합과 실제 입력작업을 수행하는 1백10여개의 조합 회원사들간에 원활한 의사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아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일부 조합 회원사들은 조합측이 업무지침을 자주 변경하고 있는 데다 회원사들의 실정을 무시한 채 일방적인 요구만 강요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주제도 전산화사업에서 드러난 가장 큰 문제점은 사업수행 주체가 허약하다는 점이다. 주제도 전산화사업에는 한국지리정보산업협동조합 산하 1백10여개 회원사들이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가운데에는 주제도 입력작업을 처음 수행하는 업체들이 상당수여서 전체적인 사업의 질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조합측은 사업개시 전 국토연구원에서 회원사들을 대상으로 주제도 입력방법 등에 대한 교육을 실시했지만 교육내용이 부실하고 이를 정확히 이해하는 회원사들도 부족해 전산 입력작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
조합측은 이에 대해 『당시 국토연구원에서 사업참여 업체를 줄이라고 했지만 GIS시장이 워낙 침체돼 있어 조합 회원사들에 골고루 업무를 배분하기 위해 1백10여개의 회원사들을 참여시켰다』며 『이 가운데에는 GIS에 경험이 없는 회원사들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조합과 회원사들의 업무협조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회원사들은 지난 1월 1차 입력된 주제도를 납품했으나 조합측이 그 이후에 세부 납품지침을 마련, 회원사들이 납품한 주제도를 재작업하는 일이 발생했다.
또 이번 사업에 참여한 업체들은 주제도 전산화사업을 하기 위한 작업환경이 제대로 조성돼 있지 않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주제도 전산화사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지형도와 지적도가 반드시 확보돼야 하고 특히 지적도의 경우 조합이 지자체로부터 확보해 회원사들에게 제공해야 하지만 조합에서는 구매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이를 조합사들이 자체 해결하도록 하고 있어 특히 중소도시의 주제도사업을 담당하는 업체들이 애를 먹고 있다는 것.
주제도 전산화작업을 통해 얻은 1차 성과물을 누가 검수해야 하느냐에 대한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조합은 주제도 전산화사업 성과물의 품질을 검사하기 위해 주제도 검수용 프로그램을 개발했으며 별도로 3군데의 검수전문업체를 선정했다. 그러나 조합은 검수업무 효율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전산입력을 담당하는 1백10여개 회원사들에 자체 검수를 실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회원사의 한 관계자는 『그렇다면 왜 검수전문업체를 선정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사업계획서상의 검수주체가 누구인지 명확히 아는 업체가 없다』고 말했다.
게다가 조합은 회원사들에게 검수용 프로그램을 무상으로 제공했지만 이 프로그램은 캐드랜드가 공급하는 「아크/캐드」란 SW에서 구동되도록 개발돼 조합이 특정업체의 SW 판매를 유도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그러나 조합측은 『5개의 GIS SW 가운데 토폴로지(위상구조)를 완벽하게 지원할 수 있는 SW는 「아크/캐드」밖에 없기 때문에 이를 기반으로 검수프로그램을 개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밖에도 회원사들이 주제도 전산화사업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실업인력들에 대한 관리체계가 부실하다는 점이다.
회원사들은 실직인력과 대졸 미취업자들을 고용해 이 사업을 수행하고 있지만 고용인력의 대다수가 GIS에 대한 전문지식이 부족해 단기간의 교육으로 일을 맡기기가 힘든 데다 일부 인력들은 취업했다는 이유로 사업장을 떠나고 있어 인력고용이 불안정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조합측은 『전산원에서 당초 근로사업 예산을 배정할 때 이같은 문제를 신경쓰지 못한 것 같다』며 『조합은 배정된 예산만 회원사들에게 나눠주기 때문에 책임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이번 주제도 전산화사업과 관련, SW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사업은 고용창출이라는 목적으로 기획된 것이어서 시행착오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 듯하다』며 『향후 사업자체가 지연되거나 실제 업무에 적용하지 못할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보완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휘종기자 hjy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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