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민화 메디슨 회장을 이사장으로 선임한 한국의료용구공업협동조합의 향배에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79년 설립된 의료용구조합은 20년동안 단 한 번도 전자의료기기업체가 회장사를 맡아본 일이 없는 데다 이 회장의 업무 성향이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일을 벌이는 스타일이며 업계 내 영향력도 막대해 상당한 체질변화를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회장은 조합 관계자들이 이사장직 수락 여부를 타진해 올 때마다 여러 이유를 들어 고사해오다 정기총회 하루 전인 지난 23일 오후에 전격 수락한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도 관심의 대상이다.
우선 이 회장의 입장 변화에는 조합의 변화, 발전을 바라는 이사진이 이 회장이 이사장직을 맡아야 하는 당위성을 들어가며 몇차례에 걸쳐 설득하는 등 「삼고초려(三顧草廬)」한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그러나 벤처산업계의 대부로 불리고 있는 이 회장의 성장 토대는 의료기기로 어느 누구보다 이 산업에 많은 애착을 가지고 있으며, 따라서 이사장직 취임을 계기로 한국 의료기기 산업의 공동 발전을 모색해 보려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부류도 있다.
이 이사장의 조합내 역할 부분에서는 90년대 들어 국내 의료기기 산업을 주도해 왔으면서도 조합 내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돼 왔던 전자의료기기업계 관련 사업이 크게 활성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이 이사장이 업계 공동 발전을 위해 대승적 마인드를 견지한다면 메디슨과 종합상사들을 중심으로 추진돼온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수출 사업도 조합으로 일원화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조합이 명분에서 개별 업체 및 컨소시엄을 크게 앞서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식품의약품안전청 등 정부의 관계에 있어서도 사실상 「주종관계」에서 「수평관계」로 전환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그동안 조합은 정부 위탁업무 관련 수입이 절대비중을 차지해 관련법 개정 등 주요 시기마다 이익단체로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려웠으나 관련법 개정과 이 이사장 취임을 계기로 회원사들의 권익 보호에 적극 나설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요한 현안이 생길 때마다 업계 공동의 건의서 제출이나 보고서 발간, 각종 통계자료 공개 등도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외형적으로는 지난해 말 현재 4백11개의 제조업체 중 1백63개에 불과한 회원사 수도 전자의료기기업체와 벤처기업을 중심으로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이며, 인터넷 홈페이지도 구축하지 못한 조합내 정보화도 급진전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같은 변화가 현실화한다면 조합의 대외 위상은 크게 강화될 수밖에 없으며, 이 회장이 출범의 산파 역할을 했던 전자의료기기산업협의회의 위상은 상대적으로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이해룡 의료기기평가부장은 『이 회장이 조합 이사장 취임을 계기로 의료기기업계에 활력을 불어 넣는 다양한 활동으로 산업 발전에 이바지해 줬으면 한다』며 『필요하다면 정부도 조합과 유기적 관계를 유지하면서 업계 발전을 위해 보조를 맞출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효상기자 hs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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