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4백16억 달러, 생산 73조5천억원, 내수(시판) 11조2천억원.
한국전자산업진흥회가 설정한 올해 전자산업 성장목표다. 진흥회는 올 목표치를 지난해보다 수출 8.2%, 생산 5.4%, 내수 2.4% 각각 늘려잡아 지난해 IMF체제로 붕괴된 전자산업의 성장기반을 복원한다는 전략이다.
이같은 수치로 보면 올해 국내 전자산업은 풀 초(艸) 밑에 모을 둔(屯)자를 놓고 일(日)을 받친 모양을 하고 있는 봄 춘(春)자처럼 햇볕을 받아 싹이 나오는 형세나 다름 없다.
우리 전자산업에도 혹한의 IMF시대는 가고 얼음장을 뚫고 힘차게 흘러내리는 물소리에 실려 봄기운이 움트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불안요인이 사라지지 않아 업계가 봄을 직접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언제 꽃샘추위가 닥칠지 모르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당면한 경제난을 돌파하기 위한 가장 강력한 수단은 수출확대다.
그러나 엔화 약세가 당초 예상보다 큰 폭으로 빠르게 진행되면서 국내 전자업계의 수출전선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이같은 엔화 약세가 지속될 경우 중국에 대한 위안화의 평가절하 압력으로 작용, 아시아지역이 다시 외환위기의 소용돌이에 빠짐은 물론 세계경제에도 타격을 줄 게 뻔하다.
따라서 국내 전자산업은 지난해보다는 다소 나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는 하지만 산업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자력으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자산업계가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세계시장에서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는 것도 경쟁력이 한계상황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과감한 변신과 집요한 기술개발로 오늘의 위기상황을 극복해야 한다는 게 우리 업계에 부여된 임무다. 국내 전자업체들은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각 기업에 알맞은 혁신전략을 세워 위기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하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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