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교육정보화 이대론 안된다 19> 컴퓨터교실 사업의 위기 (하)

 학교와 민간사업자간 재계약 여부에 대한 문제를 계기로 방과후 컴퓨터교실 운영사업의 전반적인 운영실태 점검과 정보화교육 평가 및 개선방안의 필요성이 새롭게 대두되고 있다.

 방과후 컴퓨터교실 운영사업은 당초 「PC보급의 확대」라는 공급 위주의 정책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학교현장에서 부족한 재원과 인력을 민간업체를 끌어들여 정보화교육의 질적 수준을 높이고자 했던 사업이다.

 교육부가 지난 97년 2월에 발표한 「민간참여 학교 컴퓨터보급 및 교육계획」에서도 민간참여의 필요성에 대해 조속한 정보화교육 기반구축(Critical Mass 조성), 재원 및 인력의 효육적 활용, 사교육비 부담 완화 등을 들고 있다.

 당시의 정부재원과 현직 교사위주의 교육인력만으로는 PC보급과 정보화교육을 담당하기에 힘에 부친다고 판단하고 전문성을 갖춘 민간업체를 끌어들여 이를 담보해야 한다는 것이 교육부의 방침이었다.

 이같은 교육부의 시책이 발표되자 수십여개 업체들이 사업에 참여했고 한때는 과열경쟁의 양상까지 보여왔으나 지난 97년말 국제통화기금(IMF) 한파와 함께 수강생 감소, 금리인상 등의 악재로 민간업체들의 경영이 크게 악화됐고 일부 업체는 부도가 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또 일부에서는 시도교육청 및 학교 관계자가 민간업체와 결탁, 조달청 납품 PC를 빼돌려 일반시장에 유통시키고 방과후 컴퓨터교실 사업계약을 위한 로비설이 나도는 등 잡음이 일기도 했다.

 경기도교육청이 각급 학교에 민간업체와 재계약을 하지 말도록 공문을 보낸 이유 중에는 학교와 민간업체간 지속적인 계약관계로 인해 발생하는 불미스러운 사태를 사전에 방지하려는 의도도 적지 않다.

 경기도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계약기간이 종료되면 민간업체가 기증한 장비가 학교소유가 되는데 민간업체에 지속적인 이익을 주면서 계약관계를 유지할 경우 그동안 여기저기에서 나타난 불미스러운 일이 재발할 소지가 있다』고 말할 정도다.

 문제는 이에 대해 민간업체들은 『단 한곳도 이익을 남긴 곳이 없고 재계약이 체결되지 않을 경우 상당수 업체들은 수십, 수백억원의 빚만 떠안은 채 도산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숱한 문제가 대두되고 있어 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교육현장과 참여업체들을 만족시킬 만한 평가와 개선방안은 전무한 게 현실이다.

 지난해초 멀티미디어교육지원센터가 교육부의 의뢰를 받아 전반적인 사업실태와 문제점, 개선과제 등의 내용을 담은 「민간참여 학교 정보화교육 평가 및 개선방안」이라는 보고서를 내놨으나 내용의 근거가 학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와 일부 사례조사에 의존했고 민간업체에 대한 평가에는 미치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냈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학교·민간업체에 대한 실사를 실시해 종합적인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특히 민간업체에 대한 주기적인 평가를 실시해 우수업체에 대해서는 우선적인 지원을 하고 부실업체는 참여를 제한하는 「민간참여업체 평가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A사의 한 관계자는 『재계약 여부만을 두고 방과후 컴퓨터교실 운영사업을 평가하는 것은 흑백논리와도 같은 것』이라며 『교육의 질을 높이고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업체에 대한 평가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각급학교 학생들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정보화 교육수준에 대한 기준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일선학교의 한 관계자는 『현재 방과후 컴퓨터교실의 교육방향이 업체마다 다르고 정부가 의도하는 각급학교에서 학생들이 갖춰야 할 정보화교육 소양기준이 애매해 정보화교육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당초 방과후 컴퓨터교실 운영사업은 PC보급 확대에 주안점을 뒀으나 이제는 정보화교육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사업의 목표와 내용·방법이 전환돼야 한다는 것이 학교·민간업체들의 공통된 주장이고 이 같은 방향으로 사업을 전환할 경우 민간업체의 위치와 역할은 자연스럽게 재조명될 수 있을 것으로 대다수의 관계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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