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정보통신업체들의 신용등급은 전체적으로 안정된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지난해보다는 다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한국신용정보·한국신용평가·한국기업평가 등 국내 3대 신용평가기관들이 기업어음 및 무보증 회사채 발행지표로 활용하기 위해 조사한 「99년 기업신용평가 자료」에 따르면 국내 정보통신업체들의 신용등급은 전체 산업에 비해 비교적 높은 등급을 차지하고 있지만 지난해에 비해 대부분 1∼2단계 정도 낮아진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IMF 관리체제가 본격화하면서 매출 및 수익성 면에서 실적부진이 두드러진 데다 사회 전반에 불어닥친 구조조정 태풍의 영향으로 시장환경이 불안정해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대표적인 정보통신업체 중 지난해에 비해 신용등급이 상향조정된 기업은 단 한곳도 없어 IMF 관리체제가 정보통신업계의 신용평가 저하에 결정적인 악재로 작용한 것으로 신용평가기관들은 보고 있다.
한신평의 한 연구원은 이같은 신용등급 하락에 대해 『지난해 정보통신부문은 전반적인 시장위축과 과당경쟁이 심화됐다』며 『신설 통신서비스사업자의 경우 초기 시설과 마케팅 비용의 과도한 투자, 일부 통신기기 제조업체의 경우 무선호출기 등 한계사업으로 인한 장래성 불투명이 각각 신용등급 하락의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업종별로는 삼성전자·LG전자·대우전자·현대전자 등 종합 전자·정보통신업체들이 모두 적기상환능력이 양호하고 투자위험도가 낮은 A등급 이상을 획득한 것으로 조사됐으며 이 가운데 특히 삼성전자는 최고등급인 A1을 획득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신서비스사업자들 역시 SK텔레콤이 가장 높은 신용등급인 A1을 받은 것을 비롯해 데이콤·신세기통신·한국통신프리텔·LG텔레콤·나래이동통신·서울이동통신 등 조사대상 모든 기업이 A등급 이상을 획득, 안정적인 경영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종합 전자·정보통신기업 중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을 제외한 전기업의 신용등급은 한 단계씩 하락했으며 기간망사업자 중 신세기통신·LG텔레콤·나래이동통신 등은 두 단계 이상 떨어졌다.
지난해 공공 및 민간분야의 투자위축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시스템통합(SI)기업의 경우 삼성SDS·LGEDS시스템·현대정보기술·코오롱정보통신 등은 적기상환능력이 양호한 A등급을 받았으나 쌍용정보통신과 제일씨앤씨 등은 안정성이 환경변화에 따라 저하될 수 있는 B등급을 획득해 종합 전자·정보통신업체나 통신서비스사업자보다 낮은 신용등급을 받았다.
또 통신기기 제조 및 판매기업 중 성미전자·어필텔레콤·LG정보통신·콤텍시스템 등이 A등급을 받은 반면 대우통신·스탠더드텔레콤·유양정보통신·텔슨전자 등은 B등급을 획득해 정보통신 전업종 중 평균적으로 가장 낮은 신용등급을 기록했다.
통신기기 제조 및 판매기업의 경우 타업종과 달리 중소기업 및 벤처기업이 다수 포함돼 경영의 안정성 면에서 환경변화에 따라 다소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성미전자·콤텍시스템 등 일부 전문기업들은 여전히 안정적인 신용등급을 유지, 타업종에 비해 여전히 투자가치 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고 신용평가기관들은 밝혔다.
한국신용정보의 한 선임연구원은 『올해 주요 정보통신업체들의 신용도가 지난해보다 전반적인 하락세를 기록했지만 건설·섬유 등 여타 산업과 비교하면 여전히 양호한 수준』이라고 강조하며 『특히 이번 평가가 개별기업이 보유한 내재가치 및 잠재력과는 별도로 빅딜 등 그룹사 구조조정의 파편을 맞아 낮게 평가된 경우도 적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경묵기자 kmkim@etnews.co.kr 이경우기자 kw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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