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전화사업자와 중계기 제조업체 사이에 짝짓기가 한창이다.
SK텔레콤·신세기통신·한솔PCS 등 이동전화사업자들은 통화품질 향상을 위해 올해 소형·광 중계기 설치를 크게 확대키로 하고 중계기 전문업체와 잇달아 공급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통신사업자는 비록 공개입찰 방식을 통해 중계기 협력업체를 선정하고 있지만 일부 제조업체와 사업자 사이에 보이지 않는 밀월관계가 있다는 것은 이미 업계에서는 알려진 사실이다. 이는 사업자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공급선을 확보할 수 있고 협력업체를 단일화할수록 기술지원은 물론 지속적인 애프터서비스를 받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올해 통신사업자는 중계기 설치물량을 지난해에 비해 50% 이상 확대함에 따라 사업계획에 차질없이 중계기를 공급받기 위해서는 믿을 만한 업체를 선정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해 이같은 동반관계는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제조업체도 마찬가지다. 중계기업체가 대부분 중견이나 중소업체 중심으로 형성돼 있어 사실상 2개 이상의 사업자와 공급계약을 체결할 때 안정적인 공급이 힘들다. 공급선을 다변화하고 싶더라도 생산규모와 애프터서비스 인원이 뒤따르지 못해 엄두를 내지 못한다.
최근 마무리된 중계기 공급업체 현황을 보면 이동전화사업자와 중계기업체와의 동침관계가 확연히 드러난다.
신세기통신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유양정보통신과 고합그룹에서 분리된 통신장비업체인 KNC로부터 대부분의 중계기 물량을 공급받기로 했다. 20여개 업체가 사업제안서를 제출하고 장비 현장시험을 거쳐 최종 이들 2개 업체만이 선정된 것이다. 유양은 서울과 수도권 지역을, KNC는 이 지역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 광중계기를 각각 설치키로 했다.
SK텔레콤은 흥창으로부터 일반 대형 중계기에서부터 광과 소형 중계기에 이르기까지 전체 중계기 물량의 50% 이상을 공급받고 있다. SK텔레콤과 흥창의 끈끈한 관계는 이미 업계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지난해에 비해 배이상 늘어난 5천6백개의 중계기를 올해 설치하는 LG텔레콤도 올해 역시 삼지전자로부터 중계기를 공급받는다. 삼지전자는 LG텔레콤 광중계기 개발 때부터 협력한 업체로 품질과 시스템 구조에 대해 어느 업체보다도 잘 알고 있는 중계기 전문업체다.
한솔PCS는 최근 공급업체를 늘리고 있지만 중계기에 관한 한 영우통신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시스템 성능과 기술지원체제 등 여러가지를 고려할 때 영우통신만큼 한솔PCS 통신망이나 시스템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업체가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한솔PCS는 올해 영우통신을 주력 공급업체로 1천96개의 소형중계기, 5천개 이상의 초소형 중계기를 설치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밖에 한국통신프리텔은 최근 에이스테크놀로지 등으로 공급선을 넓히고 있지만 넥스트링크(구 영우텔레콤)와 KNC로부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부분의 중계기를 공급받기로 해 이들 업체와의 끈끈한 밀월관계를 새삼 확인시켰다. 한국통신프리텔은 올해 2백40여개 기지국과 2천6백여개 중계기는 소형으로 구성, 음영지역 해소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중계기업체의 한 관계자는 『이같은 보이지 않는 밀월관계 때문에 일부 사업자에 형식적으로 제안서를 넣거나 공개입찰을 하더라도 아예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새로운 시스템을 개발할 경우 다른 사업자보다도 우선적으로 협력사업자에 제안서를 제출하거나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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