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무분별 이동전화 사용 규제

 우리나라에서도 항공기·병원 등에서 이동전화 사용을 금지하는 「개인휴대통신의 가입 및 사용제한에 관한 법률」이 의원입법으로 제정될 것 같다. 국민회의 김병태 의원이 여야 의원 30여명의 서명을 받아 내주에 국회에 제출키로 한 이 법안은 항공기·병원·공연장 등 공공장소에서 이동전화의 사용 또는 신호울림을 금지하고 이를 어길 경우 구류 또는 1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등 무분별한 이동전화 사용을 강력히 규제하는 것으로 돼 있다.

 사실 이동전화의 지속적인 보급확산으로 가입자가 1천4백만명을 돌파하면서 이제 이동전화는 없어서는 안될 필수적인 통신수단으로 자리를 잡았지만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무분별한 사용은 이미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도서관·공연장 등의 공공장소에서 소음공해를 유발하는 것은 이미 한계를 넘어섰고, 항공기·병원 등에서 전자파에 의한 초정밀기기의 오작동을 유발시키는가 하면, 운전중이거나 위험한 작업시 뜻하지 않은 사고를 초래하고, 불면증·두통 등 직·간접적으로 건강과 재산피해까지 초래하는 사례가 급격히 늘고 있다는 지적은 이를 반증하는 것으로 무분별한 이동전화 사용을 억제하기 위한 타율규제는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미국·일본·싱가포르·대만·스위스 등 10여개 국가에서 이미 운전중 이동전화 사용을 금지하는 법률을 시행중이거나 법률안을 준비중에 있으며, 정보통신부에서도 그동안 전파법·통신비밀보호법·건축관련법 등 관계법의 개정과 제도적인 뒷받침을 통해 이같은 통신의 권리를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해 왔다.

 하지만 항공기나 병원 같은 특정지역이 아닌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공연장이나 운전중 이동전화 사용을 적발해 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문제다.

 자칫하다간 적발행위 자체가 또다른 공해를 유발할 가능성도 있으며 그렇게 될 경우 법의 실효성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

 무분별한 이동전화의 사용을 억제하기 위해 엄한 벌칙을 정해 경종을 울려야 한다는 차원에서는 이해가 되고 또 어느 정도 효과도 있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모든 것을 법에 의존하겠다는 발상은 문제가 있다고 하겠다.

 그동안 관계법 정비 등의 방법으로 이 문제를 검토해 온 정통부에서는 이번에 국회에서 의원입법 형식의 법 제정이 추진되자 적극 개입하지 않고 있는 모습인데 정통부에서도 국민의 불편을 덜어주면서 효과적으로 공해유발을 차단할 수 있는 기술이나 제품 개발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또 이동전화 등의 전자파가 의료기기 및 인체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지 또 영향을 미친다면 그 개선방안은 무엇인지 등에 대한 철저한 연구도 결코 소홀히 해선 안될 문제다.

 이런 점에서 이번 법안에 공연장과 전파장애가 우려되는 항공기·병원시설 등에 대해서는 아예 전파차단장치의 설치를 의무화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이것은 사용자들에 대한 불편을 최대한 줄이는 동시에 효과적인 규제방안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 예를 들어 정보통신진흥협회에서 주최한 98년 대학생 벤처 경진대회에서는 「특정지역내에 들어가면 이동전화의 벨소리를 자동으로 진동상태로 전환시켜 주는 장치」가 대상으로 선정된 바 있는데 정통부에서는 이러한 세계적인 아이디어들이 실용화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지원이 있어야 할 것이다. 각종 통신문화 정착에 도움이 되는 기술개발은 정통부가 역점을 두어야 할 일이다.

 그러나 무분별한 이동전화 사용이 문제가 되는 것은 근본적으로 건전한 통신예절문화가 정착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동안 보급확대를 위해 치열한 과당경쟁을 서슴지 않았던 국내 이동전화사업자들이 최근 상호협력하여 공동기금을 마련하고 바른 이동전화 사용을 통한 건전한 통신문화 정착 캠페인 활동을 본격화하기로 한 것은 그 의미가 크다. 사용자 스스로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통신예절을 강화하는 일은 법을 통한 규제보다 더욱 시급하고 효과적인 일이다.

 국회에서도 문제의 중요성을 인식, 이를 벼락치기 형식으로 추진할 것이 아니라 공청회 등의 절차를 거쳐 사용자·소비자단체·사업자·연구기관·학계 등 각계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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