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초점> 온라인 전화료 정액제 "핫이슈"

 온라인 전용 전화요금 정액제가 업계의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인터넷 및 PC통신 유저들은 ISP나 통신서비스 제공업체에 지불하는 정보요금 이외에도 사용시간에 따라 분당 45원의 시내전화요금을 따로 내야 한다. 이같은 온라인 전화요금 체계에 대해 그동안 다이얼업 접속 네티즌들은 한목소리로 불만을 표시해 왔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전화요금 고지서 때문에 마음놓고 채팅이나 넷서핑을 할 수 없다는 것.

 014XY 패킷망에 대한 40%의 할인혜택과 심야시간에 한해 월 2만∼4만원의 제한적인 정액제가 도입되긴 했지만 네티즌들의 불만을 누그러뜨리기엔 역부족이다. 온라인 정보서비스와 시내전화를 패키지로 묶어 무제한 사용할 수 있는 저렴한 정액제 상품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 대다수 네티즌들의 바람이다.

 정액제 실시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논리는 『정보사회에는 인터넷과 통신을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보편적 서비스(Universal Service)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영국이 산업사회를 지배할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로 발달된 우편제도를 꼽고 있다. 영국은 유럽의 어떤 나라보다 먼저 빅토리아 여왕이 그려진 1페니짜리 우표 한 장만 붙이면 전국 어디로든 편지를 보낼 수 있는 우편제도를 확립했다는 것. 누가 먼저 당대의 첨단 통신서비스를 대중화시키느냐가 국가경쟁력을 결정한다는 얘기다.

 같은 맥락에서 오늘날 북미는 시내전화요금 정액제를 도입한 유일한 지역이다. 캐나다는 한달에 20∼30달러의 기본요금만 내면 시내전화를 무제한 쓸 수 있고, 주에 따라 종량제와 정액제를 병행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도 정액제 사용자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리인터내셔널의 정보통신 전문 국제변호사 전석진씨는 종량제보다 정액제가 비용산출에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전제하면서 『온라인 전용 시내전화요금에 조속히 정액제가 도입되어야 하고 장기적으로는 일반 시내전화에도 정액제가 확산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정액제 전면실시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우리나라의 시내전화요금이 미국·일본·영국·프랑스 등 정보선진국보다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되어 있다고 지적한다. 3분 통화를 기준으로 물가를 고려한 시내전화요금을 비교해 보면 미국이 3.13배, 영국 4.69, 프랑스 3.42배, 이웃 일본도 1.93배가 높다는 것. 또 시내전화요금의 원가 보상률이 90%에도 못미치는 현실을 고려할 때 시내전화요금 정액제는 물론 014XY를 중심으로 온라인 전용 전화요금 정액제를 무리하게 추진하다 보면 오히려 네티즌들에게 부담만 가중시키는 역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만일 정액제 요금을 일정수위 이하로 낮출 경우엔 사용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되고 이는 교환기 설치 등 추가시설 투자를 발생시켜 원가 보상률을 더욱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게 된다. 그렇게 되면 비용회수를 위해 다시 요금수준을 올리는 악순환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한편 오는 4월부터 시내전화 서비스 경쟁체제에 돌입할 하나로통신과 한국통신이 이미 예고한 일부 서비스의 정액제 요금을 어느 정도 수준에서 책정할 것인지에 따라 온라인 시내전화에 따른 논쟁은 또다시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가장 관심이 집중되는 하나로통신의 경우 케이블TV망을 이용한 접속은 4만∼5만원, 최고 8Mbps의 초고속 인터넷망을 이용하는 상품의 경우 10만원선의 정액제 요금을 책정하게 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관련, 한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시외전화 사업자들은 물론 시내전화 사업자들도 원가에 못미치는 출혈경쟁을 하지 않았다』면서 『정액제를 골자로 한 패키지 상품이 앞으로 늘어나겠지만 당분간은 하루 2시간 이상 고속의 온라인통신을 원하는 소수의 고객에게만 선택적으로 정액제가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하나로통신이 데이콤과 협력해 천리안과 시내전화요금을 패키지로 묶어 4만∼5만원의 정액제로 제공하는 파격적인 서비스를 검토중이라는 이야기가 나도는 등 정액제를 둘러싸고 네티즌들의 기대감이 부풀고 있다.

 한편 염용섭 정보통신정책연구원 공정경쟁연구실장은 『현재로서 정액제와 종량제를 놓고 우위를 논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며 기간통신사업자들이 앞으로 음성과 데이터를 혼합한 다양한 상품을 내놓고 사용자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한다.

 올해는 한국통신·하나로통신·데이콤·SK텔레콤 등이 앞다투어 시내·시외·국제·이동전화 및 고속인터넷을 혼합한 다양한 맞춤형 패키지 상품을 내놓을 전망이어서 일단 네티즌들의 선택기회는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21세기 국가경쟁력 제고의 측면에서 보편적인 정보이용권을 주장하는 네티즌들의 요구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선기기자 sk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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