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 보인다> 인공위성의 해

 국내 과학계에 있어 99년은 「인공위성의 해」로 불릴 만하다. 4개의 인공위성이 한꺼번에 우주공간에 진입하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올려질 위성은 「데이콤샛」. 오는 3월 8일 미국 플로리다 케이프커내버럴 기지에서 역시 미국 오라이언사가 제작한 로켓에 실려 우주 공간에 진입할 예정이다. 이 위성에는 모두 43개의 중계기(예비기 포함 63개)가 탑재되며 이 가운데 8개의 중계기(예비기 포함 11개)를 데이콤이 위성방송용으로 사용하게 된다. 1중계기당 10개 채널을 확보할 수 있으므로 데이콤은 최대 80개의 채널을 운용할 수 있다.

 두번째 위성은 4, 5월께 인도에서 발사될 예정인 과학위성 「우리별 3호」. 설계에서부터 제작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국내 연구진이 전담한 순수 국산 위성 1호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인공위성센터가 주축이 돼 개발해왔다.

 우리별 1, 2호에 비해 성능이 크게 향상돼 지상에 있는 직경 13.5m 크기의 물체를 촬영할 수 있으며 고 에너지 입자 검출기, 우주 방사선 실험장치 등을 통한 우주관측 임무도 수행할 예정이다. KAIST 인공위성연구센터 성단근 소장은 『우리별 3호에는 앞으로 몇 단계만 더 발전시키면 실용화할 수 있는 많은 기술을 이미 확보했다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지적한다.

 세번째 위성은 항공우주연구소 주도로 개발중인 다목적 실용위성 「아리랑 위성 1호」. 국내 연구진이 주도적으로 개발한 최초의 실용 위성으로 주목받고 있는 아리랑 1호는 2m가 조금 넘는 키에 무게는 5백㎏ 정도다.

 오는 8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발사장에서 발사될 예정인 이 위성의 주요 임무는 한반도 관측. 6백85㎞ 상공에서 하루에 14번씩 지구를 돌며 초정밀 카메라로 한번에 반경 15㎞의 사진을 찍어 정밀 전자지도를 제작하는 한편 해양 오염감시와 각종 우주 실험도 수행한다.

 항공우주연구소 우주사업단 이주진 박사는 『국내 첫 실용급 위성을 우리가 만든 모든 시설과 우리 손으로 발사 준비를 하는 막바지 단계에서 조립·시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네번째 위성은 오는 8월께 남미 기아나 쿠루 기지에서 발사될 방송·통신위성인 무궁화 3호. 이 위성은 한반도 지역만을 대상으로 서비스해온 무궁화 1, 2호 위성과 달리 동남아 지역까지 방송·통신서비스가 가능하고 수명도 12년으로 1, 2호의 10년보다 길기 때문에 상업적 가치가 훨씬 높다.

 한편 통합방송법이 국회에서 표류함에 따라 약 3억2천만달러(3천7백여 억원)를 들여 발사하는 데이콤샛과 무궁화3호 등 두 기의 인공위성은 앞으로 1년 반 정도 사실상 무용지물로 방치되어 5백억원이라는 돈이 우주 공간에 버려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특히 이러한 지적은 한국통신이 지난 95년 쏘아 올린 무궁화1호가 발사실패로 거의 용도폐기 되다시피한 데다 그 이듬해 발사한 무궁화2호도 그동안 방송용 중계기능을 사용하지 못해 이미 3천4백억원을 낭비한 바 있어 관계자들을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한국통신 관계자는 『올 임시 국회에 통합방송법이 통과된다 해도 일러도 연말이나 돼야 방송사업자가 선정될 전망인데, 시험방송에 최소한 1년 정도가 필요한 점을 감안하면 2001년에야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게 될 경우 무궁화3호와 데이콤샛의 방송기능 마비로 인한 손실은 약 5백억원에 달하며 기간이 늦어지면 그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 분명하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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