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가 첨단기술의 메카라면 실리콘앨리(Silicon Alley)는 인터넷의 천국이다. 실리콘밸리엔 계곡(Valley)이 없지만 실리콘앨리에는 이름처럼 골목길(Alley)이 있다. 지금은 뉴욕의 다운타운 전역이 실리콘앨리의 영토로 편입됐지만 그 출발점은 맨해튼 41번가 밑으로 쭉 이어진 뒷골목이었다.
이곳은 원래 돈많은 화가와 소설가, 시나리오 작가들의 거리였다. 뉴미디어 업체들이 몰려들기 시작한 것은 지난 90년대 중반부터. 살인적인 물가에 지친 예술가들이 하나둘씩 떠난 자리에 인터넷 붐을 타고 홈페이지 디자인부터 웹광고·전자출판·전자상거래·콘텐츠업체들이 잇따라 입주했다.
뉴욕뉴미디어협회(NYNMA)에 따르면 이미 지난 97년 실리콘앨리의 뉴미디어 업체수는 5천개, 연간 고용인원 10만명의 인터넷 비즈니스 타운으로 성장했고 오는 2000년이면 그 수는 2배로 불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이같은 예측은 인터넷이 94년 이후 누구도 예상치 못할 만큼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앞으로 그 진화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라는 믿음에 근거한다.
이같은 인터넷의 미래에 대한 기대심리는 미국증시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흔들리는 가운데 인터넷 관련주식만 연일 호황을 누리는 것. 나스닥 상장주식의 37%가 내림세로 돌아서고 다우존스도 상승종목보다 하락종목이 50개나 많았던 지난주만 해도 인터넷 관련주식만은 폭등세를 거듭했다.
온라인 서점의 대명사 아마존의 경우 지난해 주가상승폭이 무려 2천%. 인터넷 검색엔진 야후의 주가도 13배나 뛰었다. 넷스케이프 인수로 화제를 뿌렸던 아메리카 온라인(AOL)도 지난 한해 동안 6배가 올랐다. 92년 상장될 당시 46센트에 불과했던 AOL 주식은 99년 1월 14일 현재 1백44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메이저리그 사상 역사적인 야구공 경매로 최근 네티즌을 유혹하고 있는 인터넷 중고업체 이베이(eBAY)사 역시 3개월 만에 12배라는 놀라운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9월 18달러로 상장된 이 회사 주식은 14일 나스닥에서 2백25달러에 마감됐다. 그밖에 익사이트·라이코스 같은 인터넷 검색업체들도 꾸준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처럼 치솟는 주가는 인터넷 벼락부자들을 탄생시켰다. 전직 피자헛 레스토랑 직원으로 83년 컴퓨터업계에 입문해 AOL을 통신공룡으로 키워낸 스티브 케이스 회장은 빌리언에어(10억달러 이상의 재산가)가 됐다. 점포 하나 없이 시작해 아마존의 시장가치를 미국 최대의 서적체인 반스 앤드 노블스보다 더 높여 놓은 제프 베조스 회장도 거부의 반열에 올랐다.
내세울 만한 첨단기술도 없이 브랜드 파워 하나로 인터넷의 역사를 새로 쓴 야후의 공동창업자 제리 양과 데이비드 필로도 대표적인 인터넷 신화의 주인공들이다. 초고속 케이블 모뎀칩으로 행운을 잡은 브로드컴의 헨리 톰슨이나 스포츠 관련정보를 제공해 돈방석에 올라앉은 마이클 레비도 인터넷으로 황금밭을 일군 사업가들.
한국인 1.5세 중에도 주목받는 사업가가 나왔다. 인터넷 광고디자인 컨설팅업체 에이전시컴(AGENCY COM)의 서찬원 회장(37)은 창업 3년 만에 2억8천여만달러(약 3천7백억원)를 벌었다. 잡지사 판매사원을 그만두고 전자우편으로 사귄 친구와 함께 아파트 자취방에서 창업자금 80달러와 컴퓨터 두대로 인터넷사업을 시작해 이같은 성공을 거둔 것.
『일년 내내 맑게 갠 날씨와 빛나는 태양이 실리콘밸리로 벤처기업가를 불러들였다면 실리콘앨리를 만들어낸 것은 이 도시가 내뿜는 자유분방함』이라고 뉴요커들은 말한다. 파슨스·비주얼아트 같은 예술의 명가들이 배출해낸 아티스트들과 컬럼비아대·뉴욕대 출신의 엔지니어들이 결합해 월드와이드웹의 미래를 채색하고 있는 것.
오늘도 실리콘앨리에선 도시의 낡은 뒷골목에서 사이버 스페이스의 무한대로로 질주하기 위해 벤처업체들의 소리없는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여기선 누구나 인터넷의 신화에 도전하게 된다.
<이선기기자 sk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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