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돌아본 유통업계 98 (8.끝)

공장도 가격표시제 폐지

 지난 8월 공장도가격 표시제가 완전 폐지됐다. 이에 따라 각 제조업체들이 제품에 의무적으로 표기해야 했던 권장소비자가격과 공장도가격 가운데 권장소비자 가격만 남게 됐다.

 공장도가격 표시제가 없어진 것은 전자유통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했다. 공장도가격은 권장소비자가격과 함께 실거래가격의 책정기준으로 작용해왔지만 권장소비자가격이 그대로 남아 있어 가격 체계에 주는 영향은 별로 없었다.

 공장도가격은 초기에는 도매시세의 기준으로 활용됐다. 공장에서 유통점에 출고하는 가격은 공장도 가격을 기준으로 할인폭이 정해졌다. 유통점은 이렇게 받은 제품을 권장소비자가격을 기준으로 소비자들에게 할인판매하면서 적정 마진을 확보했다.

 그러나 IMF체제에 접어든 올해 공장도가격의 역할이 소비자가격 산정 기준으로 옮아갔다. 일부 제품의 출고가격이 공장도가격과 큰 차이를 보인 탓도 있지만 창고형 할인점을 필두로 시작된 저가 경쟁이 소비자에 대한 판매가격 책정기준을 권장비자가격에서 공장도 가격으로 끌어내렸기 때문이다.

 「공장도가격에 판다」 「공장도가격보다 싸다」는 한동안 전자 유통점들이 소비자를 유혹하기 위해 내놓는 가장 확실한 선전문구로 활용됐다. 공장도가격 표시제 폐지와 함께 이같은 선전문구들은 자취를 감췄다. 대신 권장소비자가격이 제자리를 찾아 이를 기준으로 한 할인율이 시중 가격으로 정착됐다.

 가전업계에서는 공장도가격 폐지가 오픈 가격제로 가기 위한 첫 작업이라는 점에서 긴장하고 있다. 오픈 가격제는 제조업체가 제품을 생산해 시장에 내놓으면 수요에 따라 가격이 형성되는 것. 인기 상품의 경우 높은 마진 확보가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은 상품은 제값을 받지 못하게 된다. 또 같은 제품이라도 판매처별로 가격이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가격정보에 얼마나 밝은가에 따라 같은 제품이라도 싸게 살 수 있게 된다.

 철저하게 시장원리에 가격을 맡기는 것이 오픈 가격제인데 이렇게 되면 가격과 물량을 주도해온 제조업체의 주도권이 자연스럽게 유통업계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수입선다변화 완전 해제와 함께 내수시장 수성에 필요한 마지막 보루가 무너지는 99년 하반기부터 제조업체의 입지가 크게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장도가격 표시제 폐지와 권장소비자가격 폐지로 연결되는 순서는 이르면 99년 상반기에 오픈 가격제로 나타날 것이 확실하다. 이에 따라 각 제조업체들은 오픈 가격제 실시시기 연장을 위해 정부를 대상으로 건의활동과 함께 시행 이후 나타날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박주용기자 jy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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