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환율이 급락하면서 수출 채산성 악화로 내년도 국산 가전제품의 수출확대에 많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유독 전자레인지만큼은 지속적인 수출확대에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올해 삼성전자·LG전자·대우전자 등 가전 3사가 해외시장에 공급한 전자레인지는 1천4백만대 정도. 모두 3천만대 규모로 추정되는 세계 시장의 45% 이상에 달하는 물량이다.
가전 3사는 내년에도 이같은 수출호조세가 이어져 세계시장의 절반을 넘어서는 세계 최대의 전자레인지 생산국으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이처럼 가전 3사가 전자레인지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이미 품질 및 가격 경쟁력에서 세계 최고수준에 올라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올 초부터 세계시장의 30%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미국 시장 공략에 나서 이 지역에 대한 수출물량을 지난해에 비해 30∼40% 가량 크게 늘린 것도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가전업체들은 붙박이 형태로 규격이 정해져 있어 개발이 어려운 반면 일반 전자레인지에 비해 가격이 3∼4배 가량 비싼 세계 후드겸용전자레인지(OTR) 시장의 80% 가량을 장악하고 있다. 이는 국산 전자레인지의 성능이 이미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에서도 인정받을 만큼 우수하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는 셈이다.
가전 3사는 실제로 올해 동남아·CIS·중남미 등의 성장시장이 IMF한파로 침체되면서 OTR 등 고급제품을 앞세워 미국과 유럽 등 안정적인 선진시장을 중심으로 샤프·마쓰시타 등의 일본업체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며 수출물량을 늘려왔다.
특히 가전업체들은 지난 1년간 세계 전자레인지 시장에서 치열한 가격경쟁을 벌이면서 전자레인지사업에서 뼈를 깎는 구조조정 노력 및 생산성향상 활동을 통해 상당한 제조원가 절감효과를 거둬 가격경쟁력을 크게 높이는 데 성공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대폭적인 구조조정과 함께 진행하고 있는 생산성 향상운동 결과 국내외 전자레인지 공장의 거의 모든 생산라인에서 생산성 3배 향상을 실현, 전자레인지 제조원가를 20∼30% 가량을 절감, 전자레인지 사업에서 흑자를 지속하고 있다.
LG전자 역시 올 한 해 동안 전자레인지에 대한 원자재 대외 의존도를 대폭 낮추고 인원의 40% 이상을 직무전환하는 등의 구조조정 노력과 생산성 향상 노력을 통해 제조원가를 30% 이상 절감했다.
가전업계 관계자들이 최근의 환율하락으로 가전제품에 대한 수출채산성이 크게 악화된 상황에서도 다른 제품과는 달리 유독 전자레인지만큼은 내년에도 수출호조세를 지속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처럼 내부적인 가격경쟁력 확보가 전제됐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이와 관련, 한 가전업체 수출 관계자는 『지난 1년간의 변화는 예전 같으면 10년 정도 걸려야 이룰 수 있었던 것』이라며 『IMF사태 이후 항상 최악의 시나리오를 고려한 생존전략을 마련해 놓고 있어 환율이 1천원대로 떨어져도 전자레인지에서만큼은 흑자기조를 유지할 수 있는 기틀을 갖추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다른 제품은 몰라도 전자레인지만큼은 국내 기업들이 수출을 지속할 수 있는 적정환율로 평가하고 있는 달러당 1천3백50∼1천3백80원보다 15∼20% 낮아져도 내부적인 완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최근 환율은 1천1백원대까지 낮아졌다가 정부의 개입으로 겨우 1천2백원대를 회복하는 양상을 보이고는 있으나 이는 현재 국내 기업들이 수출을 지속할 수 있는 적정환율로 평가하고 있는 달러당 1천3백50∼1천3백80원보다 1백50원 정도 낮은 것이다. 이같은 수치는 국산 가전제품의 수출채산성을 10% 가량 악화시킬 것이라는 게 업계관계자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높은 환율이 내년도 국산 가전제품의 수출확대에 최대걸림돌로 인식되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 최대의 생산규모를 자랑하고 있는 전자레인지부문에서 일궈낸 국내 가전업계의 성공은 국산 가전제품의 수출을 확대할 수 있는 모범답안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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