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3사, 비메모리 육성 "공염불"

 그동안 국내 반도체 산업의 지상과제로까지 여겨졌던 「비메모리 육성」이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1년이 지나가면서 더욱 빛이 바래지고 있다.

 IMF시대에 따라 단기적인 재무 구조개선이 최우선 과제로 부상하면서 국내 반도체 3사가 그동안 중장기적으로 육성해온 비메모리 사업부문을 매각하거나 보류하는 등 비메모리 사업을 크게 축소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상당기간 국내 반도체 산업은 메모리 편중이라는 절름발이 신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이며 현재의 사업방향과 투자전략을 탈피하지 않는 한 비메모리 육성은 요원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초 화합물 반도체분야 미국현지 자회사인 SMS를 미 왓킨스존슨사에 매각한 데 이어 최근에는 전력용 반도체 사업부문을 미국의 페어차일드사에 4억5천5백만달러를 받고 매각키로 했다. 삼성전자의 전력용 반도체 사업부문은 97년 기준 4천2백억원의 매출에 2백억원 가까운 이익을 냈으며 삼성전자의 비메모리 사업부문 매출액의 절반정도를 차지해온 핵심 사업이다.

 업체 인수를 통해 비메모리 사업확대를 꾀했던 현대전자는 올해 비메모리 사업부문을 대부분 매각하거나 포기했다.

 현대전자는 자사가 1백% 지분을 보유한 미국의 컴퓨터 주변기기 반도체 제조회사인 심비오스사를 LSI로직에 매각한 데 이어 MPEG디코더 IC설계회사인 오디움사도 매각했다. 또 이천에서 추진해온 화합물 반도체 사업도 포기했다.

 이렇다할 매각 사업부문을 갖지 못한 LG반도체는 올해 비메모리 사업부문의 투자를 크게 줄였다. 특히 외국업체와 기술제휴를 통해 추진해왔던 Mpact칩의 경우 제휴업체가 다른 반도체업체에 인수됨에 따라 사업이 중단된 상태며 자바프로세서도 예산 축소로 마케팅 활동에도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LG반도체에 근무했던 한 관계자는 『Mpact칩·자바 프로세서 연구인력의 3분의1 정도가 회사를 떠난 상황』이라며 『잦은 부서 이동과 빅딜문제가 불거져 나오면서 연구원들이 의욕을 많이 상실한 상태』라고 말했다.

 반도체 산업협회가 전망한 국내업체의 올해 비메모리부문 매출액은 12억달러로 전체 일관공정 매출액의 16%를 차지하고 있으나 업체들의 비메모리 사업부문 매각 및 축소로 향후 비메모리 매출비중은 더욱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반도체 산업은 제조업체가 연구·팹·조립·테스트·판매 등 모든 사업활동을 내부에서 진행하고 있는 구조』라며 『미국의 마이크론과 한국의 반도체 3사만이 이같은 사업전략을 채택하고 있으며 이 구조에서는 메모리부문 투자만도 버거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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