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반도체, ADL 조기제소 방침.. "빅딜 갈등" 골 깊어간다

 현대전자와 LG반도체의 반도체 부문 통합법인 설립을 둘러싼 정부와 LG그룹, 평가기관인 아서 D 리틀(ADL)사 간의 갈등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LG는 특히 ADL에 대한 소송 준비와 함께 자체적인 재무개선 계획을 적극 추진하는 등 독자생존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에 본격 나서고 있다. 다만 전경련 수뇌부가 29일 현대와 LG그룹의 구조조정본부장들과 회동해 중재를 시도하고 나서 막판 극적 타결에 대한 실낱 같은 가능성이 남아 있는 상태다.

 LG그룹은 채권은행단의 LG반도체에 대한 금융제재 결정과 청와대 측의 강력한 압력에도 불구하고 평가기관인 ADL사에 대한 법적 제소 일정을 앞당길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타결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LG그룹의 한 관계자는 29일 『ADL의 평가보고서는 LG반도체에 관한 부분에서는 허위와 자의성으로 가득 차 있다』는 종전의 입장을 다시 한 번 강조하면서 『제소문제를 여유있게 처리할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조기 제소방침을 정했다』고 밝혔다.

 LG 측은 제소 절차의 신속함과 효율성을 위해 ADL 본사가 있는 미국 법원에만 제소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LG반도체의 ADL제소 움직임이 구체화되자 29일 하오 정태수 ADL 한국지사장은 조선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번 반도체 합병을 위한 ADL의 실사 보고서는 최신 기법을 통해 공정하고 정확한 평가를 한 결과』라며 『이번 평가의 키 메시지는 양사가 통합하는 것이 향후 반도체 사업을 하는 데 있어서 도움이 되며 두 회사가 합병 파트너로 적합하다는 것이다. 또 합병했을 경우 현대가 경영주체로 적합하다는 것이 ADL의 평가 결과』라고 설명, 보고서의 공정성을 강조했다.

 정 지사장은 LG 측의 제소 움직임과 관련, 『현재 본사 측에서 자료를 검토하고 취합하고 있다. 컨설팅 회사가 의뢰업체로부터 제소를 당하는 경우는 종종 있다. 하지만 ADL은 1백13년 역사 동안 한 번도 패소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LG반도체는 이와 함께 채권은행들의 여신 규제에 대비하기 위해 자체적인 재무구조 개선작업에 총력을 기울이며 「독자 생존」을 위한 내부 결속에 나서고 있다.

 이를 위해 LG반도체는 29일 오전 청주공장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액정표시장치(LCD) 사업을 신설법인인 LGLCD에 양도하는 안건을 가결했다. 이번 LCD사업 분리로 LG반도체는 자산 1조3천1백70억원, 부채 1조1천6백70억원을 양도, 차익금인 1천5백억원을 31일 현금으로 수령하게 되며 29일자로 5천5백25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대금을 납입받아 총 7천억원의 현금을 추가 확보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LG반도체는 현재 진행중인 자산 재평가 작업이 끝나면 지난 6월 말 6백17%이던 부채비율이 연내에 1백98%로 낮아지게 될 전망이다.

 한편 전경련 손병두 부회장은 29일 오후 현대와 LG의 구조조정본부장과 회동, 반도체 통합을 위한 막판 중재에 적극 나서 주목을 끌고 있으나 양측의 입장 차이가 워낙 커 타결 전망은 극히 어두운 상태다.

<최승철기자 scchoi@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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