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종류의 D램이 동시에 공존할 수 있을까.」 전통적으로 1∼2개의 표준제품만이 시장에서 생명력을 유지했던 D램 제품이 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램버스와 인텔이 차세대 메모리 제품으로 밀고 있는 다이렉트 램버스 D램과 별도로 국내·외 메모리 제조업체들이 틈새시장을 노린 새로운 D램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내년 D램시장은 기존 싱크로너스 D램 및 EDO D램 외에도 추가로 3∼4개의 제품이 경합하는 사상 초유의 「D램 제품 분화현상」이 야기될 것으로 전망된다.
LG반도체는 지난달 현재 고속 PC의 표준인 PC100 규격 뿐만 아니라 새로운 고속 메모리 규격인 PC133 규격까지 만족할 수 있는 5세대급 64M 싱크로너스 D램을 개발했다. PC133 규격은 PC100의 데이터 처리속도를 30% 이상 끌어올린 데이터전송통로(버스) 규격으로 내년 인텔칩 기반의 일부 하이엔드 서버나 워크스테이션 기종에 적용될 예정이다. 이를 PC에 사용할 수 있도록 미국의 칩세트업체인 RCC가 PC133용 칩세트를 개발중이며 비아·ALI·SIS 등 대만 3대 칩세트업체도 이를 지원하는 칩세트 개발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반도체의 한 관계자는 『PC133 규격의 메모리는 내년에 일부 하이엔드 서버나 워크스테이션 등에 적용될 계획이지만 내년 인텔이 선보일 코퍼마인이나 태너 등에도 칩세트가 지원되면 사용될 수 있다』며 『4세대급 이상의 미세공정을 보유한 메모리업체면 별도의 시설투자없이 이를 제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LG반도체는 내년에 생산할 싱크로너스 D램의 20% 정도를 PC133 제품으로 채운다는 계획이다.
일본의 메모리 제조업체인 NEC는 VCM이라는 새로운 D램 제품을 발표하고 최근 이 제품의 시장 확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제품은 PC와 워크스테이션의 기존 설계를 변경하지 않고도 시스템성능을 기존보다 20%, 그래픽처리성능은 1백% 향상시킬 수 있는 것으로 메모리 셀과 입출력 단자 사이에 복수의 일시 기록영역을 설치해 놓음으로써 전송효율을 높이는 구조로 돼있다.
NEC는 이 기술의 확산을 위해 지멘스에 기술을 공여했으며 대만의 3대 칩세트업체에 칩세트 생산을 의뢰했다. 최근에는 메모리 모듈생산업체인 멜코사와 협력관계를 체결해 내년 하반기부터 저가형 PC에 VCM을 적용할 수 있는 만반의 조치를 취했다.
램버스 D램과 경쟁관계에 있는 더블데이터레이트(DDR) D램 진영도 최근 IBM·실리콘그래픽스 등이 자사의 서버나 워크스테이션에 DDR D램을 채용키로 발표함에 따라 고무돼 있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러한 메모리업체들의 움직임과 달리 D램시장의 키를 쥐고 있는 인텔은 현재까지도 PC100과 램버스 D램 채용만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내년 D램시장은 PC100 제품과 램버스 D램이 주도하는 가운데 PC133·VCM·DDR D램 등이 틈새시장을 파고드는 형국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 그동안의 관례를 깨고 D램 제품 분화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한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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