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인들이 최근 방송계와 정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송신기능의 통합 움직임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감사원이 KBS에 대한 직무감사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송신시설 및 인력의 중복투자 문제, 디지털방송 시대에 대비한 송신기능의 통합 필요성을 제기한 데 이어 지난주 실행위원 선정작업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 방송개혁위원회가 각 방송사들의 송신기능을 분리해 송신공사 형태로 통합하는 방안을 주요 의제 중 하나로 선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송신기능의 통합 문제가 방송계의 핫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송신기능의 분리 및 통합 움직임에 대해 KBS·MBC·SBS·지역민방 등의 방송기술인이 주축으로 구성된 방송기술인연합회가 조직적으로 반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주목되고 있다.
방송기술인연합회측은 이와 관련, 최근 「송신공사 설립 기도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하고 5공화국 당시 송신업무를 방송사에서 현재의 한국통신에 이관한 후 3년반 만에 8백억원의 적자와 후유증을 남긴 채 각 방송사로 환원된 경험을 갖고 있는데 이제 와서 또 다시 송신기능의 통합 문제가 감사원 등 정부 부처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연합회측은 송신시설 및 인력의 중복 문제는 현재 정통부와 각 방송사가 추진하고 있는 디지털송신소 공용화 계획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개선할 수 있으며 우리나라와 방송환경이 매우 비슷한 일본과 미국 역시 송신기능 통합정책을 전혀 수립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연합회측의 한 관계자는 『현재 중요 송신시설을 제외한 대부분 송신시설이 자동화돼 있기 때문에 앞으로는 연주소에서 모든 송신시설을 원격 제어하는 게 가능하다』며 송신기능 통합 필요성에 반론을 제기하고, 송신공사를 설립할 경우 각 방송사들이 높은 비용을 지불하고 송신시설을 이용해야 하는 데다 송신공사 자체가 비대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송신기능 통합을 주장하는 방송계 인사들도 적지않다. 이들 방송계 전문가는 현재 방송사별로 운영하고 있는 송신시설을 통합할 경우 시설 및 인력을 크게 절감할 수 있는 데다 디지털방송 시대에는 현재보다 훨씬 많은 채널을 운용해야 하는데 채널별로 송신기능을 별도로 운영하는 것은 매우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영국의 공영방송인 BBC가 송신기능을 분리, 민간에 매각한 후 매각대금을 디지털방송 소요 재원으로 활용한 것은 국내 방송계에 좋은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송신기능의 통합 문제를 둘러싸고 방송계에 찬반 양론이 벌어지고 있어 향후 정부의 대처 방안이 방송계의 주요 관심사로 등장할 전망이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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