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품행사 풍년
올해 유통업계의 최대 관심거리는 경품이었다. 자동차는 기본이고 억대를 호가하는 아파트까지 경품으로 내세운 백화점 업계의 매출이 업체에 따라 2∼3% 가량 늘어나는 등 효과를 보이자 경품행사는 전 유통업계에 확산돼 「경품천국」 시대를 방불케 했던 한해였다.
경품은 사은품인 소비자 경품과 구매고객이 응모할 수 있는 소비자 현상경품, 그리고 누구나 응모할 수 있는 공개 현상경품 등 세 가지 종류가 있다. 이 가운데 소비자 경품과 소비자 현상경품은 각각 10만원·15만원으로 금액이 제한돼 있으나 공개 현상경품은 제한이 없다.
경품바람은 월드컵 마케팅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백화점을 위시한 주요 유통업체들이 16강 진출시 제품을 하나 더 주는 「원 플러스 원」 등의 행사를 펼치자 삼성전자·해태전자 등 가전 업체도 이에 가세하면서 경품 열기가 후끈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월드컵 열기가 식으면서부터는 스포츠마케팅이 곧바로 경품마케팅으로 이어졌다.
경품은 매출규모가 큰 백화점에서 지대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IMF에 따른 매출감소로 고민하던 백화점 업계가 불황을 타개하기 위한 전략으로 스포츠마케팅에 이어 가격제한이 없는 공개 현상경품 행사를 본격적으로 실시하고 나선 것이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10월 정기세일 기간 동안 경기도 용인 수지의 시가 1억3천만원짜리 29평형 아파트를 경품으로 내걸어 96만여명의 집객효과를 거두었으며 매출면에서도 지난해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감소폭을 최소화하는 쾌거를 거두었다.
롯데백화점의 경품행사 성공은 다른 백화점을 자극, 신세계·그랜드, 대전 동양백화점 등이 잇따라 아파트를 경품으로 내걸면서 다른 유통업계로 급속히 확산되기 시작했다. 현대백화점의 아토스 승용차 63대도 아파트를 능가하는 경품으로 주목을 끌었다.
백화점간의 경품경쟁은 까르푸·그랜드마트·E마트 등 할인점에까지 파급됐다. 할인점들의 모토는 「박리다매」지만 가격인하보다 경품이 집객 효과가 크다는 점 때문이었다.
백화점·할인점이 제공한 아파트·승용차 등 고가경품에 가려 크게 빛을 발하지는 못했지만 전자 유통업계의 경품 경쟁도 과거 어느때보다도 치열했던 한해였다.
전자전문 할인점인 전자랜드21과 하이마트·세진컴퓨터랜드 등도 보상판매와 할인판매를 실시하면서 승용차를 경품으로 내거는 등 유례없는 판촉전을 펼쳤다.
경품경쟁이 이처럼 전 유통업계로 확산되자 과소비와 사행심을 조장한다는 비난도 적지 않았다. 일부에서는 「건전한 소비야말로 경제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도 있었으나 무분별한 경쟁과 고가화에 따른 부작용의 우려가 높았다.
하지만 이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내년에도 경품경쟁이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내년 1월 1일부터 「최고 15만원」으로 규정돼 있는 소비자 현상경품 제공한도를 폐지한다고 밝혔으며 연 2회, 1회당 20일 이내로 제한하고 있는 횟수와 기간도 없애기로 했기 때문이다.
<박영하기자 yh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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