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왕복선에 이어 21세기 우주개발 주역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 「우주정거장」이다. 우주를 식민지로 만들기 위한 전단계로 우주 한 공간에 센터를 만들어 이곳에서 연구도 하고 우주왕복선에 필요한 물품을 조달하는 역할을 하자는 것이다.
최근 외신 등이 전하는 우주정거장 건설현장을 찾아가보기로 하자.
여섯명의 승무원을 실은 채 지난 4일 발사된 미국의 우주왕복선 엔데버 호는 13일 지구에서 2백40마일 떨어진 궤도에 진입, 첫번째 2개의 모듈을 국제우주정거장(ISS)과 합류시키는 인류사상 가장 도전적인 대역사를 마치고 17일 지구로 무사히 귀환했다.
러시아에서 만든 「자랴(여명)」라는 모듈과 우주정거장의 연결고리에 해당하는 미국의 「유티니(연합)」 모듈 접합을 수행하기 위해 미국항공우주국(NASA) 우주비행사들이 세 차례의 우주유영을 통해 전기 케이블 접합, 커버제거, 핸들조립, 안전 비상구 설치 등의 작업을 마친 것이다.
이는 앞으로 5년 동안 미국과 러시아 우주비행사들이 실시할 일련의 우주유영의 신호탄이다. 이번 우주유영을 통해 우주비행사들은 인류가 우주공간에 설치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구조물인 국제우주정거장의 1백개 부품을 조립하면서 인내력과 기술력을 시험했다.
이에 앞서 카자흐스탄의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도 지난 11월 20일 국제우주정거장(ISS) 조립을 위한 첫번째 부품인 자랴 호가 러시아의 무인 프로톤 로켓에 실려 발사됐다. 발사 순간 우주기지 주변 초원에는 1백50대의 점보 제트기 엔진들이 한꺼번에 내뿜는 것과 맞먹는 강력한 분사 폭풍이 일었다. 프로톤 로켓이 첫번째 모듈인 자랴 호를 4백㎞ 상공으로 운반하기 위해 낮은 구름 층을 뚫고 솟구치자 전세계 3개 대륙의 프로젝트 관계자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앞으로 최소한 5년에 걸쳐 우주 비행사들은 중량 5백20톤의 ISS 건설을 위해 1백여개의 부품을 조립하는 과정에서 겪게 될 어려움은 매우 많을 것이다. 역사상 가장 비용이 많이 들고 가장 복잡한 공사인 ISS 건설작업은 불안한 궤도 변경, 아슬아슬한 우주유영, 치명적인 실수 등으로 가득할 것이기 때문이다.
「실패」란 인명 피해를 의미할 수도 있다. 발사에 성공한다 해도 우주 정거장을 조립하는 일은 지구 궤도에서 안전망 없이 고공 줄타기를 하는 것에 비유될 수 있다. 지상 4백㎞ 상공에서 날고 있는 1백여개의 거대한 부품을 사람의 손으로 서로 연결한다고 상상해보라. 우주복에 1센트짜리 동전 크기의 상처만 나도 우주비행사는 약 10초만에 사망할 것이다.
만일 이것이 서커스라면 아나운서가 관중에게 제일 먼저 정숙을 요구하는 때는 우주선들간의 도킹 순간일 것이다. 러시아의 공급선들은 도킹 속도가 매우 빠르다. 도킹이 어떤 속도에서 이루어지든 우주정거장은 진동하게 마련이다.
빠른 도킹은 부품을 찌그러뜨리거나 생명유지 장치를 파괴할 수도 있다. 한 NASA 직원은 우주정거장이 『부드럽고 완만한 도킹은 견뎌낼 수 있지만 시속 0.8㎞ 이상의 접촉 속도는 감당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ISS 조립에는 1백60회의 우주유영(최소한 9백60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것은 65년 알렉세이 레오노프가 보스호드 2호 우주선 밖에서 12분 동안 우주유영을 한 이래 모든 우주비행사들의 유영 시간을 합친 것보다 많은 시간이다. 수십 개의 케이블과 도관 연결작업은 어둠 속 영하의 온도에서 우주복을 입은 채 데스크톱 컴퓨터를 설치하는 것과 같다.
한편 우주유영의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해 NASA는 이미 지난 91년부터 이들 새로운 장비와 사용 절차를 시험해왔다. 우주정거장 건설을 위한 우주 유영 횟수는 내년부터 점점 증가하다가 핵심부품들이 도착하는 오는 2000년과 2001년에 정점을 이루게 된다.
우주정거장은 주거공간과 실험공간 등을 포함한 러시아의 서비스 모듈과 미국의 거대 태양전지판 부속품이 내년 여름 도착한 후인 2000년 1월 혹은 2월부터 우주비행사들의 영구적인 상주가 시작된다. 새로운 밀레니엄을 상징하게 될 우주정거장 시대는 이미 우리의 가시권에 들어와 있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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