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돌아본 유통업계 98 (5)

한글살리기운동

 지난 6월 15일 한글과컴퓨터가 미국 마이크로소프트로부터 1천만∼2천만달러의 투자를 받아들이며 「아래아한글」 후속버전 개발 포기를 선언한 것은 실로 대단한 충격이었다.

 우리 국민들에게 「아래아한글」은 워드프로세서 이상의 가치가 있음은 물론 국산 소프트웨어(SW)의 자존심으로 평가받아왔기 때문에 한글과컴퓨터의 이같은 결단은 단순한 사건 차원을 넘어 「아래아한글사태」로까지 확산됐다.

 한글과컴퓨터의 아래아한글 포기선언에 즉각적인 반응을 보인 곳은 PC통신이었다. 4대 PC 통신 네티즌들은 16일부터 아래아한글살리기 서명운동에 들어갔고 한국벤처기업협회·나모인터랙티브·비트정보기술 등은 「아래아한글지키기 운동본부」와 「아래아한글살리기 국민운동본부」를 결성, 본격적인 구명작업에 나섰다.

 6월 22일에는 범국민적 운동으로 확산되고 있는 아래아한글살리기 운동에 시민단체도 가세했다. 사단법인 시민사회네트를 필두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참여연대·환경운동연합 등 12개 주요 시민단체는 「아래아한글문제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여론조성에 나섰다.

 용산전자상가도 이에 가세했다. 아래아한글 고사 원인 가운데 하나로 전자상가의 상습적인 SW 불법 복제 행위가 입에 오르내리자 나진상가·선인상가·전자랜드·터미널전자쇼핑·전자타운 등의 컴퓨터상우회장단은 아래아한글살리기 서명운동에 들어갔다.

 컴퓨터상우회장단은 오랜 기간 동안 서명운동을 벌여 아래아한글살리기에 일조하는 한편 그동안 불법복제의 온상으로 여겨졌던 과거의 불명예를 말끔히 씻어내겠다는 자성운동의 일환이었다.

 첫날 3시간 남짓의 짧은 시간에 7백명이 넘는 사람이 서명하는 등 시민들의 참여열기가 매우 뜨겁고 전자상가 상인들이 아래아한글살리기 운동에 직접 팔을 걷어붙였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국내 방송사는 물론 일본의 NHK까지 취재에 열을 올리기도 했다.

 전자상가의 아래아한글구명운동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용산전자단지 상점가진흥조합은 한글과컴퓨터가 추진한 「아래아한소프트 1백만 회원모집운동」에 참여해 모집운동 개시 2주만에 용산전자상가 안에서만 1만2천 카피를 판매하는 성과를 올렸다.

 8월 15일 이후 현재까지 상점가진흥조합에서 판매한 「아래아한글815」 제품은 10여만 카피로 한글과컴퓨터가 전국에 판매한 65만 카피의 15%에 달한다.

 이렇듯 시민운동과 전자상가의 아래아한글살리기 노력으로 아래아한글이 회생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고 전자상가의 SW 불법복제율 또한 크게 낮아지는 부수효과가 발생했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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