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R&D 네트워크" 구축 의미

 의료기기업체·대학·출연연구소의 방대한 연구인력을 활용하기 위해 의료기기 기술연구소 연구조합(이사장 한만청)이 주축이 돼 구축중인 「사이버 의료기기 R&D 네트워크」(본지 12월23일자 19면 참조)가 업계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조합이 의료기기 R&D 네트워크를 구축하게 된 것은 한정된 국가재원과 산·학·연 연구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조직과 범국가적 공동연구시설(National user’s facility)을 마련함으로써 전문 고급인력의 양성과 첨단 의료기기의 국산화 및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기업 연구소나 개별 연구집단 단위로는 세계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첨단 제품 개발이 어렵다는 판단에 근거한 것이다.

 의료기기 R&D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한 조합 운영의 핵심은 의료기기 관련 핵심기술 개발능력을 보유한 대학 및 출연연구소 중심의 권역별 특화연구실 운영으로 모아지고 있다.

 단기적으로 5개 정도의 특화연구실을 운영하면서 연구실마다 의공학 관련 교수와 석·박사급 연구원 등 고급 R&D 인력을 모아 기업으로부터 프로젝트를 수주하고 그 성과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받는 방식이다. 은행이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듯이 특화연구실이 기술을 제공하고 상품화되면 최소한의 대가를 받는 일종의 「의료기기 R&D 인력 은행」인 셈이다. 특히 조합이 각 연구실을 대상으로 기술개발 및 인력양성 실적을 평가해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한편 미래기반기술을 위한 연구비를 지원할 계획도 갖고 있어 연구실간 선의의 경쟁도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기존 산·학·연 협동연구가 대학이나 출연연구소의 전권을 행사하던 것과 달리 업체가 주도권을 행사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아직도 대학 및 출연연구소 등이 연구비 따는 데만 주력, 결국 상품화는 이루지 못하고 논문만 달랑 남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심지어 투입만 있고 산출은 없는 산·학·연 협동연구로 전도 유망하던 업체가 도산하는 경우마저 있었던 것을 감안할 때 업체들에는 매우 의미있는 변화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대학 및 연구소에 종사하는 학자들도 유리한 점이 많다. 정부와 기업들로부터 프로젝트를 수주하기 위해 시간을 허비할 필요 없이 특화연구실에서 특정 분야의 전문기술만 집중적으로 개발할 수 있으며 그만큼 성과도 높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조합은 또 내년 1월 초 개설하는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amet.or.kr)를 통해 연구제안을 받고 전문 연구인력을 연결하며 기술 거래방을 운영하는 한편 모든 기술과 인력정보를 공개해 의료기기 관련 R&D 개발체계, 시장분석, 선진 경쟁사 정보, 특허 및 논문을 지식화할 방침이다.

 사이버 공간을 통해 이같은 정보를 전 업계가 공유할 경우 일부 업체만 국제 경쟁력을 갖던 것에서 벗어나 품목별로 경쟁력 있는 전문업체가 다수 등장, 우리나라 의료기기 산업의 수준이 획기적으로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조합 김문수 사무국장은 『의료기기 R&D 네트워크가 예상대로 운영되기만 한다면 세계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미래형 의료기기 개발이 가능해 오는 2010년까지 미국·일본·독일 등과 함께 빅5에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메디슨·비트컴퓨터·메디다스·세인전자·대원전자·마로테크 등 현재 19개에 불과한 회원사를 내년부터 크게 늘리고 협력 연구인력을 대폭 확충해 실질적 산·학·연 공동 연구의 메카로 육성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박효상기자 hs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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