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돌아본 유통업계 98 (4)

중고PC

 올해 PC시장 하이라이트는 중고PC의 급부상이다. 중고PC는 IMF 관리체제에서도 고속 성장세를 보인 몇 안되는 시장으로 꼽힌다. 가계 수입이 줄어들면서 알뜰구매 심리가 확산됐기 때문이다.

 기업 구조조정 여파로 신품에 가까운 중고PC 물량이 꾸준히 쏟아져나온 것도 중고PC 시장 성장 원동력으로 꼽힌다. 원활한 수요와 공급에 힘입어 중고 PC업계는 이제까지 비슷한 예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고속 성장세를 달렸다.

 가계 소비지출 감소현상으로 올해 국내 PC시장 규모는 전년대비 30∼40%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동안 성장산업의 대명사처럼 인식되던 PC시장이 이처럼 경기 후퇴국면에 진입한 데 반해 중고PC 시장은 올해 적어도 20% 이상의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이룬 것으로 보인다.

 한국정보산업연합회 자료를 기초로 국내 중고PC 시장규모를 추정해보면 96년도 63만대, 97년도 1백만대로 신제품 시장의 절반 수준이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이 시장이 올해 1백20만대 규모로까지 성장해 국내 제조업체들이 내놓고 있는 신제품 시장과 비슷한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고PC 시장 성장세와 신제품 시장의 위축세가 서로 대조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중고PC 유통업체인 CC마트는 중고PC 분야 수요증가 현상에 힘입어 지난해 연간 매출액 4억원 규모의 소규모 유통업체에서 올해 연간 매출액 2백억원을 기대하는 중견 유통업체로 성장했다. CC마트와 컴닥터119 등 브랜드로 모집한 전국 가맹점만 2백여개를 넘어 전국적인 유통망을 확보했다.

 중고PC 분야의 고속성장세에 힘입어 올 상반기 전국유통망 구축에 나서는 업체들도 크게 늘어나 많을 때는 20여개에 가까운 업체들이 가맹점 모집에 나서 과잉경쟁 양상까지 빚기도 했다.

 상반기 고속성장세를 보이던 중고PC 시장도 컴마을·세진컴퓨터랜드·현주컴퓨터 등 중견PC 업체들과 용산전자상가에 밀집한 조립PC 업체들의 90만원대 저가PC 공급 전략에 밀려 하반기 들면서부터는 성장세가 주춤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중고PC와 신제품의 가격차이가 많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현주컴퓨터가 중고PC 유통을 위해 설립한 웰던상사가 최근 본사에 다시 흡수 통합된 것은 최근 중고 PC업계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중고PC 시장에서 최근 나타나고 있는 한가지 긍정적인 현상은 무분별하게 이 시장에 뛰어들었던 업체들이 다수 정리되며 과잉경쟁 요소가 상당부분 해소됐다는 것이다.

 중고PC 시장은 IMF체제하의 새로운 유망사업으로 떠올라 당분간 지속적인 성장 국면이 예상된다는 점에서 올해 특이했던 현상으로 주목할 만하다.

<함종렬기자 jyha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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