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관람석> 조 블랙의 사랑

 사랑을 찾아 나선 남자 천사들의 지상외출이 잦아지고 있다. 「여인의 향기」를 만들었던 마틴 브레스트 감독의 「조 블랙의 사랑」은 휴가 나온 저승사자의 사랑을 통해 인생의 의미를 되짚게 한다.

 비슷한 소재를 다뤘던 기존의 로맨틱 코미디보다는 한결 성숙돼 있다는 것이 이 영화의 강점이지만 반대로 너무 많은 이야기와 브래드 피트의 자연스럽지 못한 연기가 로맨틱한 감성적 이입을 방해한다.

 앤서니 홉킨스의 연기력과 브래드 피트의 흥행성을 내세운 영화지만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오히려 저승사자를 사로잡는 클레어 폴라니의 상큼한 매력이다. 감각과 테크놀로지보다는 시나리오와 영화적인 이야기 구조의 미덕이 돋보이는 작품. 그러나 3시간 가까이 되는 긴 시간 동안 인생의 설교를 듣는 듯한 지루함이 적지 않다.

 미디어 사업을 하는 백만장자 윌리엄 패리시(앤서니 홉킨스). 65세 생일을 며칠 앞둔 그에겐 두 딸이 있다. 어리숙하지만 마음씨 착한 사위인 퀸스와 함께 사는 첫째 딸 앨리슨은 아버지가 자신보다 동생을 더 사랑한다는 것을 알지만 그런 것엔 별로 개의치 않는다.

 내과 레지던트인 둘째 딸 수전(클레어 폴라니)은 아버지와 함께 일하는 젊고 야망에 찬 드류와 연인관계.

 하지만 패리시는 수전에게 『사랑은 스파크가 일어나듯 열정적이어야 한다』는 충고를 한다.

 어느날 수전은 커피숍에서 첫눈에 호감을 느끼는 남자를 만나지만 서로의 이름도 모른 채 헤어지고 남자는 자동차에 치여 죽는다. 그리고 그 남자의 몸을 빌려 저승사자인 데스(브래드 피트)가 패리시를 데려가기 위해 나타나고 패리시는 그를 조 블랙이란 이름으로 가족들에게 소개한다.

 「조 블랙의 사랑」은 조 블랙이 수전과 사랑에 빠지고 패리시를 통해 인간의 삶에 대해 이해하게 되는 모습들을 담아낸다. 수전은 아버지의 말대로 스파크가 일어나듯 조 블랙에게 격정적인 사랑을 느끼지만 패리시는 딸의 위험한 사랑을 묵과할 수 없다. 인간세상에서 키스와 땅콩버터의 달콤함을 알게된 조 블랙은 패리시와 함께 수전 역시 데려가려 하지만 그녀가 사랑하는 것은 자신이 아니라 자신이 육체를 빌린 남자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화려한 불꽃놀이가 펼쳐지는 가운데 패리시의 가족에 대한 반성과 사랑의 확인, 조 블랙의 작별로 이어지는 영화의 종반부는 반복되는 감정과 대사들로 지루함을 느끼게 하지만 그것이 곧 인생에 대한 질기고 긴 미련일 수도 있다.

<엄용주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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