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기술동향> WDM 기술개발 "가속페달"

 차세대 광섬유기술로 각광받는 파장분할다중(WDM:Wavelength Division Multiplexing)장비 개발이 급진전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는 인터넷의 폭발적 이용과 더불어 음성, 데이터, 비디오를 통합한 멀티미디어 정보 전송이 급증하면서 WDM기술이 이들 대용량의 정보를 고속으로 처리할 수 있는 유력한 대안으로 인식되는 데다 기존 케이블망을 그대로 이용하기 때문에 비용 또한 크게 절감된다는 점이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WDM은 파장분할수에 따라 대량의 신호전송이 가능한 방식으로 광섬유를 통해 전달되는 빛의 파장을 채널별로 다르게 분산함으로써 전송용량을 채널 수만큼 확대하는 기술이다. 즉, 광전송시 여러 개의 광신호 파장을 분할수에 따라 동시에 사용하기 때문에 광섬유가 제공하는 넓은 대역폭을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어 초당 전송되는 신호의 양에 따라 전송속도가 결정되는 시분할다중(TDM)방식보다 대량의 신호전송이 가능하다.

 여기에 새로운 케이블망을 구축할 필요없이 기존망에다 양쪽 끝에 WDM장비를 설치하기만 하면 용량을 무한정 늘릴 수 있어 비용도 획기적으로 절감된다.

 예를 들어 10Gbps급의 케이블망을 구축할 경우 하나의 10Gbps TDM장비를 사용하는 대신 4개의 2.5Gbps TDM장비에서 발생하는 신호를 각기 다른 채널로 분산해 동시에 전송함으로써 10Gbps 용량을 실현하게 되는 것이다. WDM기술은 기본적으로 여러가지 색으로 구성돼 있는 빛의 파장을 분할하기 때문에 기술이 진전될수록 그만큼 많은 빛의 색상(광선)을 이용할 수 있다.

 지난 95년 WDM기술이 처음 개발됐을 당시 전송용량은 8개의 광선을 이용해 총 20Gbps였다. 그후 96년에는 16개 광선으로 이의 두배인 40Gbps 용량을 처리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단일 광선당 10Gbps를 처리하는 40개 광선의 상용화로 단일 광섬유의 전송량이 4백Gbps에 이르렀다. 그리고 올해에는 80개 광선의 WDM장비가 발표돼 내년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이와 관련, 미국 루슨트 테크놀로지스 산하 벨연구소는 지난 봄 광섬유 1개에 1백개의 광선을 집적시켜 레이저당 전송량을 10Gbps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이는 현재 주류인 2.5Gbps급 광전송장비의 4배에 달하는 용량이며 하나의 유리 가닥에서 처리하는 총정보량이 초당 1테라비트에 이른다는 얘기가 된다. 이같은 용량이면 북미지역의 통신수요를 충당하고도 남는 기술이다. 벨연구소는 이 기술을 오는 2000년까지 상용화할 계획이다.

 이 연구소의 포토닉스 연구를 총괄하는 알라스테어 글래스 책임자는 수백, 수천개의 WDM광선을 광섬유에 집적시키면 궁극적으로 2백Tbps의 광전송도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이는 미 국회 도서관에 소장된 모든 내용물을 1초에 전송할 수 있는 용량이다.

 WDM은 광케이블을 증설할 필요없이 기존 케이블망의 양끝에 WDM장비만 설치함으로써 마치 새로운 케이블망을 구축한 것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장비가격은 한쪽 끝의 광섬유당 3만달러지만 새로운 케이블을 포설하는 데 드는 비용에 비하면 상당히 저렴한 편이다. 이에 따라 미국 통신업체들의 WDM 케이블 구축경쟁도 치열하다.

 미국 퀘스트 커뮤니케이션스 인터내셔널의 경우 지난 96년 덴버시의 철로를 따라 96가닥으로 이루어진 광케이블을 포설하기 시작했을 당시 각 광섬유는 8개의 파장분할 채널을 전송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그러나 기술의 급진전으로 지금은 초기용량의 2배인 16개 채널로 늘어났으며 퀘스트는 고객의 요구가 있으면 WDM 채널을 추가, 용량을 2배, 나아가 4배로까지 늘릴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퀘스트에 이어 미국 IXC 커뮤니케이션스, 레벨3 커뮤니케이션스, 윌리엄스 커뮤니케이션스 등도 이와 유사한 기간망 구축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이같은 열기는 비단 미국업체들 뿐만 아니다. 유럽에서는 영국 케이블&와이어리스 커뮤니케이션스(C&W)가 지난해 16개 채널의 WDM시스템을 이용, 기존 광케이블망의 업그레이드에 착수했고 중국 역시 지난해 8월 루슨트로부터 WDM장비를 구입했다.

 다시 말해 이제 전세계가 명실상부하게 하나로 묶여지는 것이다.

 이에 따라 WDM장비 시장도 본격적인 이륙기에 접어들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인 인사이트 리서치에 의하면 오는 2002년까지 WDM장비 판매량은 현재의 4배가 넘는 4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그야말로 장비업체들에겐 또하나의 황금광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에릭슨, 노텔, 피렐리 케이블 등 내로라하는 통신장비업체들은 WDM시장 공략에 사활을 걸고 있다.

<구현지기자 hjk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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