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청(청장 박종세)이 지난 15일부터 Y2k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의료기기의 제조와 수입을 사실상 금지(본지 12월 17일자 22면 참조)하자 전자의료기기업계가 강력히 반발하는 등 파문이 확산될 전망이다.
식약청이 전격 시행에 들어간 의료기기의 Y2k 문제 해결방안은 「제조 및 수입 품목 허가된 제품 중 검사기관의 시험검사 없이 자가 품질관리 절차에 따라 제조 및 수입하는 의료기기 중 Y2k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제품은 제조 및 수입을 금지시킨다」는 것이다. 수입품의 경우 한국의료용구공업협동조합이 Y2k 문제 해결 여부를 검토한 후 수입요건을 확인하도록 했다.
이같은 조치들은 사실상 Y2k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의료기기의 제조와 수입을 금지한 것으로 Y2k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치 못했던 전자의료기기업체들은 생존권 확보차원에서 강력 반발하는 것이다.
이들의 주장은 2000년까지 1년 이상 남았고 아직 선진국 전자의료기기업체들도 완벽히 해결하지 못한 Y2k 문제를 강도 높게 시행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제조업체들이 느끼는 거부감은 더욱 크다. Y2k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제품을 파악한 후 대응책 마련에 나선 메디슨과 미국 GE사의 Y2k 문제 해법을 그대로 활용하는 삼성GE의료기기 등 일부 업체를 제외하고 대다수 기업이 어떤 제품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할 지 조차 알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업계 관계자들은 의료기기의 특성상 인명사고와 환자진료 차질 등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식약청이 충분한 사전교육 및 홍보도 없이 이처럼 「깜짝쇼」를 벌인 것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지난 4월 복지부 기획관리실장을 반장으로 하는 보건복지 분야 Y2k 문제 대책반이 구성된 데 이어 7월 29일에서야 식약청 의료기기평가부장을 반장으로 의료기기 Y2k 문제 대책반이 구성돼 불과 4차례 회의밖에 없었고 더욱이 회의 내용에 대한 홍보나 교육도 없었기 때문이다.
의료기기 Y2k 문제 대책반이 구성되기 이전만 해도 복지부와 식약청은 정보기술(IT) 분야는 물론 비 정보기술(Non-IT) 분야에서도 전국 대다수의 병원이 문제를 자체 해결했거나 해당사항이 없고 초음파 영상진단기·전산화 단층촬영장치(CT)·자기공명 영상진단장치(MRI)·내시경 등 일부 전자의료기기에서만 문제 발생 소지가 있다고 밝힌 적이 있어 더욱 그렇다.
이는 병원 전산 담당자들과 의료정보시스템 전문가들이 파악하고 있는 실태와 전혀 다른 것으로 복지부와 식약청이 의료 분야 Y2k 문제의 심각성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으로 받아들여졌다.
식약청의 「깜짝쇼」는 시험검사기관인 생산기술연구원과 수입요건 확인기관인 의료용구조합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생기원이 기준 및 시험방법 검토시 Y2k 미해결 제품의 경우 시험검사 성적서에 Y2k 문제 제품이며, 99년 12월 1일 이전에 Y2k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이미 표기하고 있지만 그 결과를 의료기관과 의료용구조합에 통보하지 않고 있다.
의료용구조합도 15일 이후 현재까지 수입요건 확인시 의료기기 Y2k 문제에 대해 검토한 바 없으며 검토를 위한 최소한의 체크 리스트조차 구비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식약청이 실무 담당 기관과 업무 협조도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셈이다.
이를 두고 업계 관계자는 『식약청이 Y2k 문제 해결에 관한 교육과 홍보도 없이 모든 책임을 업체에만 일방적으로 전가하는 꼴이며, 2000년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의료기기 Y2k 관련 소송에서도 제조업체가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되는 근거로 작용할 것』이라며 『실무 기관이 실제 업무를 시행할 준비도 돼있지 않은 상태에서 강력한 조치를 서둘러 발표한 저의가 무엇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식약청 의료기기과의 한 관계자는 『근거 조항이 약하고 일정상 약간 무리한 면도 있지만 유예기간이 있기 때문에 당장 큰 타격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며 『의료기기가 인명을 다루다 보니 업계에 경각심을 주고 이에 빨리 대처할 수 있게 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박효상기자 hs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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