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통신(대표 이계철)이 지난 17일 43명의 임원진 가운데 16명을 전격 퇴진시킨 것은 형식이나 내용 모두에서 충격적이다. 한국통신 창사 이래 이같은 규모로 임원이 한꺼번에 옷을 벗은 전례가 없고 후속인사 역시 파격의 연속이다.
한국통신은 이계철 사장이 밝힌 것처럼 공기업 가운데 전 사업부문이 완전 경쟁체제에 노출된 유일한 기업으로, 현 체제로는 글로벌 사업자는 고사하고 국내기업들을 상대로 해서도 독점적 시장지배력을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렵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한 상태다.
이 때문에 중폭 이상의 구조조정과 인력감축이 예견되긴 했지만 실제로 밝혀진 내용은 그보다 훨씬 고강도 충격요법이다.
노조의 반발이 불을 보듯 뻔한 상황에서 경영진이 취할 수 있는 방법은 자신들부터 희생하는 것이지만 이번 인사는 한통이 얼마나 속을 끓였는지 한 눈에 보여준다. 이달 중순 이사급 이상 전원 사표를 제출받을 때만 해도 선별수리를 통한 물갈이론이 일반적으로 예상됐다.
그러던 것이 최종적으로는 나이를 기준으로 한 퇴진자 확정으로 결판났다. 42년 이전 출생자, 즉 58세 이상 임원은 무조건 퇴임시킨다는 것이다. 능력이나 회사 공헌도 등을 고려, 심사를 통해 퇴직자를 솎아낼 수도 있었지만 이 경우 불공정 시비가 제기될 여지도 많아 고육지책으로 나이를 기준으로 한 것이다. 이런 판에 옥석을 가린다는 것은 무의미하고 한통에서는 「목요일의 대학살」이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왔다.
이런 기준은 명예퇴직자 접수에도 적용됐다. 직급을 무시한 채 근속연수 20년 이상인 직원에 대해 명퇴신청을 접수하고 있다. 한통 조직의 최대 약점이 노령화에 따른 임금부담이라는 점에서 현 경영진으로서는 어느 정도 불가피한 선택으로 볼 수 있다. 16일 현재 명퇴신청에 2천6백50명이나 몰린 것으로 집계됐다.
한통이 내건 목표가 인력구조 개혁을 통한 「젊은 조직으로의 거듭나기」라는 점에서 새롭게 수형되는 세력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통은 이번 인사를 계기로 그간의 연공서열 원칙이 철저히 파괴될 것으로 보인다. 능력과 발탁인사가 줄을 이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미 그 단초는 정권 교체 후 나타났었다. 기조실장을 비롯, 핵심 포스트에 전략적 사고를 앞세운 40대 임원을 포진시켰다.
이번에는 이런 기조가 완전 정착됐다. 한국통신의 이번 인사는 결론적으로 「공채시대」의 개막이라고 할 수 있다. 1급 승진 1년차인 최안용 팀장을 업무이사로 승진한 것은 파격 그 자체다. 최 이사는 83년도에 입사한 공채 1기 출신으로 첫 별을 달았다. 앞으로 있을 후속인사에서도 공채 출신들이 전화국장이나 본사 부장으로 대거 임명될 것으로 전망돼 한국통신의 주도세력이 공채 인물들로 채워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능력 위주의 발탁인사도 관행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1급 승진 3년차인 박부권 공보팀장을 업무이사로 승진, 홍보실장을 맡긴 것은 대표적인 예로 꼽힌다.
그간 한국통신을 지칭할 때 가장 흔하게 따라붙던 수식어는 「공룡」이었다.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멸종된 것이 공룡이었다면 한국통신이라는 공룡이 이제 환경변화에 대처,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을 시작한 것이다.
<이택기자 etyt@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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