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만화영화 저작툴로 애니메이션 왕국 일본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업체가 있어 화제다.
작지만 야무진 벤처업체 클릭엔터테인먼트(대표 이상경)가 그 주인공. 서울 서초동 영상벤처빌딩 15층에 둥지를 틀고 있는 이 회사는 요즘 들뜬 분위기다. 지난해 4월 문을 연 후 개발한 첫번째 프로그램 「애니메이커98」의 일본 수출을 앞두고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기 때문이다.
『PC로 쉽고 재미있게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주는 프로그램이죠. 늘 보기만 하던 만화를 모니터에서 편집할 수 있다니 신나는 일 아닙니까? 물론 할리우드의 애니메이터들이 쓰는 수천만원짜리 소프트웨어처럼 캐릭터의 표정까지 처리해 줄 순 없습니다.
하지만 만화영화 마니아라면 누구나 좋아할 만한 엔터테인먼트 프로그램이죠.』
이상경 클릭엔터테인먼트 사장은 이 제품이 철저하게 니치마켓을 겨냥한 제품이라고 강조한다. 시장조사를 해 보니 홈페이지나 비디오CD, 교육용 프레젠테이션에 초점을 맞춘 저가형 저작툴은 많았지만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주는 1백달러 미만의 제품은 미국이나 일본시장을 뒤져봐도 히트작이 없더라는 것.
『우선 원시시대·서부개척시대·미래시대 등 테마별로 나뉜 8백여종의 배경그림과 캐릭터 중 마음에 드는 등장인물을 선택합니다. 다음엔 창의력을 발휘해 스토리를 구상한 후 초당 프레임수가 표시된 타임시트를 이용해 캐릭터에 움직임을 부여해야죠. 그리고 폭발음이나 쏟아지는 폭우같은 특수효과를 곁들이면 보시는 것처럼 그럴 듯한 단편 애니메이션이 완성됩니다.』
이 사장은 주라기의 숲속에서 공룡을 만난 원시인이 도망치는 장면을 직접 편집해 보이면서 그래픽을 전혀 모르는 사람도 매뉴얼만 있으면 금방 배울 수 있는 저작툴이란 점이 틈새시장 공략에 성공한 요인이라고 말한다.
클릭엔터테인먼트는 웹으로 단편 애니메이션을 제공하는 콘텐츠 비즈니스에도 뛰어들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현재 8백×6백픽셀의 풀 화면으로 10분 정도의 애니메이션을 보는 데 1백KB 정도면 충분한 멀티미디어 압축기술을 개발중이다.
이 사장은 알고 보면 엔지니어가 아니라 애니메이터. 어린시절엔 만화작가의 문하생이 되겠다고 가출한 적도 있을 만큼 지독한 만화광이었다.
응용미술을 전공한 후엔 대원동화에서 「드래곤볼」 「떠돌이 까치」 「닌자 거북이」 「달려라 하니」 「스머프」 등을 그리며 베테랑 애니메이터로 일했다.
클릭엔터테인먼트와는 별도로 92년 설립한 애니메이션 학원 정우시네텔에서 포토숍·디럭스페인트·3D스튜디오 등을 가르치는 컴퓨터그래픽 강사로 나서기도 했다.
직원들 중에도 애니메이터 출신이 많다. 그래서 벤처업체로 출발한 지 2년이 채 안되지만 애니메이션에 대한 노하우만은 업계의 인정을 받고 있다.
『극장용 디지털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게 제 꿈입니다. 제작비도 엄청난데다 쉬운 일이 아니죠. 하지만 애니메이커98 수출과 인터넷 콘텐츠 사업으로 종잣돈을 마련해 한번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
원래 의기투합한다는 의미를 가진 클릭(click)이라는 회사명처럼 호흡이 척척 맞는 직원들과 함께 하기 때문에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언젠가 멋진 장편 만화영화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며 이 사장은 자신감을 내비친다.
<이선기 기자 sk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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