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초점> 초미세 기술개발 열매 맺었다

 LG반도체는 지난해 포항공대 노광기술센터 김오현 교수팀과 공동으로 X선을 이용해 0.13미크론(1㎛은 1백만분의 1m)급 반도체 회로설계 및 노광기술을 개발해 전세계를 놀라게 했다. 현재 생산되는 64메가 D램의 회로선폭이 0.5∼0.35미크론이며 통상적으로 제품이 한 세대 바뀔 때마다 4배의 기억용량 확대와 70%의 회로선폭 축소율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선폭을 0.13미크론으로 줄였다는 것은 1기가를 건너뛰어 4기가 D램 개발에 필요한 기술을 확보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전자부품종합기술연구소도 지난해 포항가속기연구소의 윤화식 박사팀과 공동으로 두께 1백30미크론, 지름 2백미크론의 초미세 톱니바퀴(기어)를 제작하는 등 초미세 세계를 여는 데 앞장서고 있다. 이 연구팀이 개발한 초미세 톱니바퀴를 간단하게 설명하면 머리카락 두께의 원통에 톱니를 새겨 넣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초미세 세계에 도전하는 이들 기술은 간단히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이들 기술은 바로 1천5백억원을 들여 건설한 거대한 「빛 공장」 포항방사광가속기(PLS)를 이용해 이룬 연구결과들이다.

 부지 20만평, 건물 6개동, 딸린 식구 2백여명에 이르는 이 거대 과학실험시설이 지난 95년 본격 가동된 지 불과 4년만에 차세대 미세공정 개발의 산실로 서서히 그 위력을 과시하고 있다.

 포항방사광가속기의 초미세 정밀가공 기술(LIGA)이 응용되는 분야는 초고집적 반도체 설계 이외에 정밀기계, 감지·구동장치, 로봇 등 매우 다양하다.

 초미세 톱니바퀴를 개발한 포항가속기연구소의 윤화식 박사팀은 현재 두 번째 작품으로 광섬유를 연결하는 커넥터를 개발, 시제품 제작에 들어갔다. LIGA는 광커넥터를 만드는 데 기존 방법에 비해 유리한 점이 많다. 특히 이 기술은 가공의 정밀도가 탁월할 뿐 아니라 LIGA로 금형을 만든 후 플라스틱으로 찍어내는 몰딩을 얼마든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광커넥터 시장규모가 지난 95년 1천36억원에 달한 점을 감안할 때 이를 잘만 상용화하면 돈방석에 앉은 것이나 다름없다.

 LIGA는 의료분야에서의 이용가치도 무한하다. 내시경이나 수술 도구에서도 지금까지 기계 가공의 한계 때문에 더 이상 소형화가 불가능했던 부분들이 한없이 작아질 수 있다. 따라서 검사나 수술을 할 때 환자가 필요 이상의 출혈이나 고통·불편함을 피할 수 있다.

 따라서 선진국들은 오는 2000년까지 44조원을 넘어 빠르게 성장하는 미소 구조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집중 투자 및 연구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정부가 이 분야에 지원하는 연간 연구비만 해도 최소한 6백억원 이상 책정하고 있을 정도다. 일본도 오는 2000년까지 약 2백50억원을 들여 생체 내부진단 및 치료용 마이크로 머신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한편 「빛의 마술사」로 통하는 방사광가속기를 한마디로 설명하면 「전자를 빛과 거의 같은 속도로 가속, 도넛 모양의 저장 링 속을 빙글빙글 돌게 하면서 강력한 빛을 방출시켜 각종 과학실험에 이용하게 하는 시설」로 정의할 수 있다.

 빛 중에서도 파장이 짧은 진공 자외선과 X선 영역의 강한 광은 원자나 분자 수준의 미세한 세계를 관찰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포항 가속기는 적외선에서 X선까지 다양한 파장의 빛을 고밀도·고강도로 생산할 수 있는 세계 정상 수준의 제3세대 방사광 가속기다.

 포항방사광가속기의 저장 링에는 36개의 강한 휨 자석이 설치돼 전자빔이 이곳을 지날 때마다 강한 방사광을 방출하게 된다. 각각의 휨 자석에는 빛을 꺼내 쓸 수 있는 방사광 관을 1, 2개씩 설치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포항방사광가속기는 60개 이상의 방사광 관에서 동시에 실험을 할 수 있는 셈이다.

 현재 포항 가속기에 설치돼 있는 방사광 관(빔라인)은 진공 자외선을 내는 방사광 관을 비롯해 X선 산란 관, LG반도체가 4기가 D램 반도체 개발을 위해 독자적으로 설치한 리소그래피 관 등 모두 8개에 달한다. 또 포항방사광가속기는 이용 희망자도 94년 말 준공이전 10여 명에 불과했던 것이 현재는 이용자 협의회 회원이 5백명에 이를 정도로 저변이 두터워졌다.

 포항가속기연구소 빔라인 부장 오세정 교수(물리학)는 『95년 연구자들에게 시설이 개방된 이후 지금까지 5백명이 방사광 가속기를 찾았다』며 『이들이 현재 수행중인 과제 숫자만도 3백50여개에 달한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이 연구소에서 수행됐던 과제의 주요 실험내용만 살펴봐도 포항방사광가속기의 폭넓은 용도를 짐작할 수 있다. 첫 이용자였던 부산대 김형국 교수(물리학)가 「금속산화물 박막의 구조분석」 실험을 한 것을 비롯해 실리콘 박막 표면구조 연구, 고분자 상분리 연구, 나일론 결정구조 해석 등 50여건의 연구과제는 그 명칭만으로도 표면과학·물리·화학·재료공학 등 다양한 기초과학 및 공학 분야를 총망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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