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정보기술(IT)업계에 미증유의 합종연횡 바람이 불면서 일촉즉발의 전운이 감돌고 있다. 이에 따라 IT분야에 종사하는 국내 주요 업체들의 생존전략 마련이 시급히 요청되고 있는 형편이다. 특히 이같은 변혁의 바람은 인터넷은 물론 핵심 운용체계(OS)와 서버에까지 광범위하게 작용할 전망이어서 그 파장의 여파는 더욱 증폭될 것 같다.
최근에 일어난 일련의 사태는 그동안 컴퓨터업계의 맹주로 자처해온 마이크로소프트(MS)에 대한 미국 법무부의 반독점법 위반 제소와 이어 불거져 나온 맹방 인텔과의 이른바 「윈텔」 진영의 불협화음 그리고 이에 맞선 반윈텔 진영의 연대 강화 등이 골자를 이루고 있다. 특히 세계 최대의 인터넷업체인 미국 아메리칸온라인(AOL)이 넷스케이프를 인수함으로써 양 진영간의 싸움은 한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복마전 양상을 띠고 있다.
이러한 변혁의 핵심은 역시 지난 16일 발표된 선마이크로시스템스와 오라클 양사의 상호 라이선스 계약이다. 계약의 주요 내용은 이미 보도된 바와 같이 별도의 OS가 필요없는 서버를 공동 개발하자는 것인데 만약 이번 양사의 계획이 차질없이 진행된다면 그동안 OS분야에서의 독점적 지위를 배경으로 인터넷은 물론 핵심 애플리케이션 영역으로까지 문어발식 확장을 해온 윈텔 진영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선·오라클 양사가 개발하려는 제품은 기존 OS 대신 시스템의 기본 프로세서를 정의하는 소형 프로그램인 마이크로커널을 이용하는 서버로 시스템 운영비 절감 등의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반윈텔 진영의 선봉장은 선마이크로시스템스다. 지난달 1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연방법원은 MS가 선의 자바 프로그램을 윈도98과 인터넷 익스플로러 4.0에 불법 변용했다며 90일 안에 이를 수정토록 판결했다. MS가 윈도에서만 운용할 수 있는 자바 변종을 만들어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사용하도록 하자는 자바의 본질을 훼손시켰다는 선측의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이로써 차세대 프로그래밍 언어 자바를 놓고 벌인 MS와 선의 신경전은 선의 완승으로 끝이 났다.
이번 판결이 의미하는 바는 크다. 그동안 공개 프로그램에 가까운 자바의 확산을 탐탁지 않게 여겨 왔던 MS는 앞으로 선의 호환성 테스트를 통과하지 않고는 자바 코드가 포함된 어떤 소프트웨어도 판매할 수 없게 됐다.
이와 함께 그동안 자바에 대해 엄격한 통제를 실시해 왔던 선이 통제를 점차 완화해 나가면서 궁극적으로는 이를 완전공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만약 이러한 일련의 조치가 성공을 거둘 경우 기존의 OS시장과는 전혀 다른 시장이 형성될 것이다. 즉 지금까지와 같은 OS는 MS, CPU는 인텔이라는 등식이 더 이상 먹혀들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선의 이같은 의도는 이달로 접어들면서 가시화하고 있다. 선은 지난 8일 자바 프로그래밍 언어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자바2」를 공개하는 한편 자바에 대한 통제를 완화하는 내용의 새로운 라이선스 정책을 내놓았다. 선은 이를 통해 자바 플랫폼 개발과정에 다양한 유형의 사용자와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라이선스업체들은 선의 간섭을 받지 않고도 자바 소스코드를 이용하거나 사업목적에 맞게 변경이 가능하게 됐다. 이로써 선을 주축으로 한 반윈텔 진영의 기반이 더욱 확대될 것임은 분명하다.
특히 AOL이 40억 달러에 넷스케이프를 인수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최대 수혜자인 선의 향배가 주목된다. AOL이 넷스케이프 인수로 자사 인터넷 서비스를 어디서나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도라면 선은 AOL과의 제휴를 통해 자바 플랫폼의 새로운 영역을 창출함으로써 IT산업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MS로서는 비록 현재 계류중인 반독점법 위반 소송에서는 다소 숨통이 트일 가능성이 있지만 인터넷시대의 선봉으로 내놓은 브라우저인 익스플로러의 확산이 예전과 같지 않을 것이며 이에 따라 반대진영의 역공이 거세질 것이라는 점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선과 오라클의 OS 없는 서버계획이 발표됨에 따라 그동안 냉전양상을 보여온 윈텔·반윈텔 진영의 주도권 다툼이 전면전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모두 내로라하는 세계적인 업체들인 만큼 국내외에 미치는 파장이 지대할 수밖에 없다. 급변하는 IT업계의 움직임에 자칫 큰 피해를 입지 않도록 체계적인 정보수집과 적극적인 대처방안 마련을 통해 위험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절실히 요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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