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본사 차원에서 추진돼온 가전업계의 구조조정이 전 세계 60여개국에 산재한 해외사업장으로까지 확산될 전망이다.
수출이 전체 매출의 50%를 훨씬 웃돌고 전체 매출에서 해외사업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해외사업장에 대한 근본적인 수술 없이는 현재 추진되고 있는 구조조정작업이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거론되고 있는 삼성전자와 대우전자의 빅딜에 해외사업장까지 포함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가전업계의 해외사업장은 설립 이후 최대의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해외구조조정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북미 및 유럽, 동남아 지역 등 지난 주말까지 전 해외사업장을 방문, 실사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실사작업은 그동안 문어발식으로 확장해온 해외사업장을 이번 기회를 통해 과감히 정리한다는 계획에 따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이번 실사를 통해 나타난 실적과 문제점을 바탕으로 해외사업에 대한 본격적인 검토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따라서 올해 매출이 부진하거나 적자를 면치 못한 중남미나 중국, 동남아 지역의 해외사업장에 대한 통합 또는 폐지 등 대대적인 정비작업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같은 해외사업장에 대한 조직정비작업은 LG전자도 마찬가지다.
LG전자는 최근 단행한 조직개편에서 지역본부 중 중국을 제외한 7개 해외지역 본부를 없애고 전 해외사업장을 사업본부장 산하로 편입시켰다.
해외지역본사를 중심으로 진행돼오던 해외사업을 사업본부장 밑에 둠으로써 국내와 해외사업장을 효율적으로 연계해 해당 품목별로 시너지효과를 창출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조직구도는 지난해 연말 삼성전자가 수출극대화를 위해 도입한 GPM(General Product Management) 제도와 유사한 것으로 삼성전자는 GPM도입 이후 사업부별로 생산혁신, 고용조정 등을 실시해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둔 바 있다.
지난 11월 삼성전자의 전 해외사업장의 경영이 처음으로 흑자로 반전한 것도 매출확대보다는 바로 이같은 구조조정작업에 따른 결과물이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LG전자 또한 이번 조직개편을 계기로 앞으로 사업본부장 책임하에 해외사업장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우전자의 해외사업장은 최근 추진되고 있는 삼성자동차와 대우전자의 빅딜로 인해 가장 큰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이미 그룹의 고위관계자가 대우전자의 해외사업장도 빅딜대상에 포함된다고 밝히면서 그동안 세계경영을 내세우며 전 세계에 설립했던 생산 및 판매기지가 완전히 와해될 처지에 몰려 있는 것.
최근 대우전자 해외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는 현지인들이 대거 한국을 방문해 빅딜반대시위에 참가하고 있는 것은 대우전자 해외사업장이 느끼고 있는 위기감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대우전자는 올해 19개의 해외공장에서 총 15억 달러의 매출이 예상돼 지난해의 9억2천만 달러보다 63%나 신장될 것으로 예상되며 순익 또한 지난해 70만 달러 수준에서 올해에는 2천만 달러로 크게 늘어나는 등 호조를 보이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삼성자동차와 대우전자간 빅딜이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해외사업장만큼은 대우그룹 차원에서 계속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것도 바로 이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빅딜이 거론되고 있는 만큼 대우전자의 해외사업장 또한 큰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앞으로 국내 가전 3사의 해외사업장에 대한 구조조정작업은 국내와 해외 가전업계는 물론 현지 채용인들의 관심을 집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양승욱기자 swy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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