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98 영상산업 결산 (2);비디오 (상)

 올 프로테이프 산업은 한해 내내 내핍의 연속이었다. IMF 한파로 인해 수요는 격감했고 판매 양극화 현상은 시장을 크게 왜곡시켰다. 업계의 「밀어내기 판매」는 그칠 줄 몰랐다. 하반기 들어서는 판매량이 급감하기 시작했다. 이같은 추세라면 전년대비 15∼20%는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연초 업계의 풍향을 가늠할 사건은 프로테이프 제작사들의 가격인상이었다. 프로테이프에 대한 가격인상은 만 5년여 만의 일이었지만 평균 17%라는 인상폭에 대한 비디오 대여점들의 반발은 거셌다. 일부에서는 불매운동까지 들먹이며 크게 반발했으나, 유통구조를 개선하겠다는 프로테이프 제작사와 영상·음반 유통업협회간의 합의에 의해 간신히 수습됐다. 그러나 이 약속은 거의 지켜지지 않았다는 게 비디오 대여점들의 주장이다.

 프로테이프 제작사들의 「밀어내기」 판매행위는 올들어 더욱 기승을 부렸다. 프로테이프제작사협의회는 「제살깎기」라며 회원사들에 자제를 당부하기도 했으나 먹혀들지 않았다. 특히 지난 4월 「에어리언4」를 출시하면서 논란이 됐던 20세기폭스의 「밀어내기」는 업계에 적지 않은 충격을 안겨다주었다.

 이로 말미암은 시장 양극화 현상은 한해 내내 지속됐다. 대작이 아니면 판매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중급작의 흥행참패는 비일비재했다. 프로테이프 제작사들의 경영난을 심화시켰음은 물론이다. 그나마 수지를 맞춰온 한국영화 비디오마저도 대여판매시장에서 잇따라 패퇴했다. 이에 따라 『밀어내기를 정말 퇴출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지난 5일에는 제작사협의회가 감시단을 발족시키는 등 밀어내기 근절책을 발표했으나, 얼마나 성과를 거둘지는 의문이다.

 올해는 불법 비디오물 유통이 업계를 유난히도 괴롭혔다. 업계는 작년보다 20% 이상 증가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기업형 불법제작업자들의 정비품(정품과 구별이 어려운 불법제품)은 해당 제작사가 아니면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해 제작사들이 전전긍긍해야만 했다.

 제작사들 가운데서는 (주)새한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경쟁사들이 매출확대에 노심초사하고 있는 데 반해 새한은 일신창투와 제일제당·현대방송과 잇단 계약을 체결, 판매량을 배가시켰다.

 우일영상은 올해 셀스루시장 개척으로 판매시장에서의 결손을 벌충했다는 평을 받았다. 세음미디어는 작년보다 판매량이 소폭 증가했다. 컬럼비아트라이스타를 끌어들인 탓도 있지만 작품 작품에 대한 판매노력의 결과로 보인다. 스타맥스도 평균 판매량의 우위를 지키며 한해를 마감하고 있으나 경영수지 개선의 노력이 과제로 꼽혔다.

 올 한해 판권 수급난으로 가장 고전한 제작사는 영성프로덕션과 비디오 메이저사인 CIC다. CIC는 올 하반기 들어 「머큐리」 외에는 변변한 작품을 선보이지 못했다. 드림웍스의 작품을 공급하지 못한 데 따른 고충이었다. 영성도 「하드레인」 「CIA」 「물위의 하룻밤」 등을 제외하고는 「A급작」을 확보하지 못해 고전했다.

 올 프로테이프 판권시장은 비디오 메이저사들의 로컬사업 강화로 향배를 예측하기가 매우 어려웠으며 중소 제작사인 베어엔터테인먼트와 새롬엔터테인먼트 양사의 움직임은 업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특히 베어의 경우 대기업인 SKC와 작품 수급계약을 체결, 기세를 올리기도 했다.

 만화비디오 시장이 와해된 것은 올 프로테이프 시장의 어두운 상황을 대변해주는 대목이며 대기업들의 잇단 구조조정 움직임도 업계를 크게 움츠리게 했다. 그러나 정부의 비디오 대여점에 대한 영업시간 완화조치와 문화상품권을 통한 수요 진작책 발표는 내년 프로테이프 시장의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예측하게 하는 호재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모인기자 inm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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