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포커스> 삼성전자 허기열 이사

 삼성전자의 마케팅전략에 획기적인 변화가 일고 있다.

 완전평면TV를 비롯해 국내에서는 구경하기 힘들었던 초대형 냉장고와 프로젝션TV 등 고급제품을 잇따라 내놓는가 하면 이들 제품에다 「지펠」 「파브」 등 낯선 이름을 붙이고 있다.

 『국내 가전산업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IMF사태 이후 국내 가전제품 수요가 양극화로 치닫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전제품은 이제 저가제품 아니면 고가제품만이 팔리는 현상이 됐습니다. 어중간한 제품 가지고는 살아남을 수 없게 됐습니다.』

 삼성전자 국내영업본부 마케팅 팀장을 맡고 있는 허기열 이사(46)는 건장한 체격만큼이나 굵고 강한 목소리로 삼성에 일고 있는 마케팅의 변화가 이같은 시대적 산물임을 강조했다.

 올해 가전제품 내수시장은 총 3조원 규모로 추산되는데 이 중 프리미엄 브랜드 즉 고급 브랜드 시장은 15%, 즉 6천억원 규모에 달하는 데다 갈수록 비중이 높아질 전망이다.

 허 이사는 『수요 양극화가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고 외산이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물밀듯이 밀려오는 상황에서 국내업체들은 이제 프리미엄 브랜드를 공략하지 못한다면 설 땅을 잃어버릴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전체시장의 15% 정도인 프리미엄 브랜드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자원을 집중하는 것은 어쩌면 비경제적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더 이상 채산성을 이유로 프리미엄 브랜드를 제쳐둔다면 국내업체들은 머지않아 저가제품 생산업체로 전락하고 말 것입니다.』

 삼성브랜드를 젖혀놓고 파브·지펠 등 낯선 브랜드를 도입하고 있는 것에 대해 『글로벌 환경 속에서는 애국심에 호소하는 마케팅전략이 더 이상 큰 의미가 없기 때문』이라며 『제품 그 자체만으로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가전업체들이 프리미엄 브랜드를 공략하기 위해서는 아직 내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내수물량만으로 막대한 개발비와 생산비용을 충당하기 어렵기 때문이지요. 따라서 어렵기는 하지만 해외시장도 동시에 공략해야만 합니다.』

 지펠과 파브가 국내에서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고유 브랜드로 활용되고 있고 고선명(HD) 디지털TV가 미국에서 「탄투스」라는 새로운 브랜드로 시판되고 있는 것도 이같은 맥락으로 설명한다.

 일본의 소니처럼 모든 제품이 프리미엄 브랜드로 구성된다면 모르지만 삼성은 아직도 중저가 제품 비중이 높기 때문에 고급제품에는 회사브랜드를 내세우지 않고 프리미엄 브랜드를 내세우겠다는 전략이다.

 『내수시장은 삼성의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 육성정책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한 허 이사는 『그동안 축적한 1천2백만명의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최대한 활용, 외산에 장악당한 고급제품시장을 탈환해 내수시장을 선도해 나가고 나아가 해외에서 고급제품 수요자들을 공략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겠다』며 솥뚜껑만한 손을 불끈 쥐었다.

<유성호기자 sunghy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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