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개혁위원회(위원장 강원룡)에 크리스챤 아카데미 활동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했던 인사들이 대거 중용된 것으로 알려지자 방송사업자들이 과거 크리스챤 아카데미 주최로 열렸던 방송법 토론회에 새삼 주목하고 있다.
크리스챤 아카데미가 당시 방송법 토론회를 열 때만 해도 수많은 방송법 토론회 중 하나로 「가볍게」 넘어갔던 방송사업자들이 이제 와서 부랴부랴 당시의 자료를 다시 챙기는 등 부산을 떨고 있는 것이다.
현재 방송개혁위원회(이하 방개위)에 참여하고 있는 인사 중 크리스챤 아카데미의 방송법 토론회 활동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한 인사는 위원장인 강원룡 목사를 비롯, 계명대 강대인 교수, 방송개발원 이경자 원장, 방송대 한완상 총장 등이며, 종합유선방송위원회 한정일 위원장과 방개위 위원은 아니지만 국민회의 김한길 의원 등이 강 목사와 오래 전부터 친분을 유지해 왔다.
올해 크리스챤 아카데미 측은 모두 네 차례의 방송법 관련 토론회를 가졌는데, 지난 9월 「방송구조 개혁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의 토론회가 가히 완결판이라고 할 만하다.
이 자리에서 크리스챤 아카데미 산하 방송개혁연구위원회가 제시한 방송구조 개혁방안은 매우 혁신적인 내용들을 담고 있다. 우선 방송위원회가 현재 정부 각 부처로 분산된 방송정책·행정업무를 통괄 조정토록 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이는 그동안 국민회의가 일관되게 주장해온 방송위원회의 기능과 상당부분 맥을 같이 하고 있다.
가장 관심을 끄는 부분은 지상파 방송사들의 구조개혁부분이다. 당시 크리스챤 아카데미 측은 지상파 방송사의 구조개혁 방안으로 교육방송과 KBS2의 합병, KBS의 지역방송 재정비, MBC 지역방송의 지역별 민간방송 형태로의 환원, 지역민방의 복수 네트워크 허용, KBS 국제방송 및 사회교육방송과 아리랑TV의 통합, 송신체계의 일원화 등을 제안했다. 케이블TV와 위성방송부분에선 외국자본과 대기업의 참여를 적극 보장할 것을 제안했다.
물론 이같은 크리스챤 아카데미 측의 입장정리가 향후 방송구조 개혁과 방송법 제정에 어느 정도 반영될지 현재로선 예단하기 힘들다. 그렇지만 향후 방개위의 활동에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치지 않겠느냐는 게 방송계의 기본적인 시각이다.
다만 당시 크리스챤 아카데미측은 방송과 통신의 융합문제에 대해선 별로 언급하지 않은 채 원론적인 수준에서 필요성을 제기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이번에 방개위에 참여한 위원 가운데 방송위원회의 조강환 위원이 이달 초 열린 여의도클럽 토론회에서 통신과 방송의 단계적인 융합방안을 제시했고 서울대 박명진 교수 역시 통신과 방송의 융합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 만하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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