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년은 영상업계에 있어 내홍을 거듭한 한해였다. 중소업체뿐만 아니라 대기업도 잔뜩 웅크리고 돌아앉아 있어야만 했다. 이에 따라 프로테이프·음반·게임·영화 등 영상산업은 말그대로 「침체」 그것이었다. 프로테이프 시장은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고, 음반은 밀리언셀러는커녕 변변한 스테디셀러조차 양산하지 못했다. 게임은 유통시장이 완전 붕괴 직전에 놓여 있는 형국이다. 이러다가는 국내 영상산업의 기반이 붕괴될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IMF시대 1년을 보낸 올 영상산업을 분야별로 수회에 걸쳐 점검해본다.<편집자>
「영상산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확신을 아직 버리지 못하고 있다면 「사오정」이다.
올 영상산업은 좌표를 상실한 듯 급격히 흔들렸다. 대기업들은 구조조정 대상으로 앞다퉈 영상사업을 지목했고 중소업체들은 극심한 자금난으로 아우성쳤다. M&A시장에는 시쳇말로 「영상사업체가 떠다닌다」고 할 정도였다. 내수부진이 그 요인이었다. 시장 양극화 현상은 말할 것도 없고 극장가는 올 한해 내내 한랭전선을 형성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10월에는 일본 대중문화도 개방됐다. 최근에는 스크린쿼터제 폐지 얘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올해 총체적인 어려움을 겪은 산업은 음반이다. 도매상들의 잇단 부도사태로 유통기반을 상실, 업계는 갈팡질팡했다. 이에 따라 11월 말 현재 음반제작 건수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무려 46.28%나 감소했다. 문제는 경기가 최저점에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일부에서는 경기저점에 도달한 것으로 보고 있으나 대부분의 업계는 『반전시킬 호재가 전혀 없다』며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프로테이프 산업도 내수부진으로 한해 내내 고전했다. 두자릿수 감소가 불가피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수익성은 말이 아니다. 밀어내기의 악습으로 제살깎기 경쟁을 멈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 비디오 직배사들의 로컬사업 비중은 크게 확대됐다. 20세기폭스·컬럼비아트라이스타 등 메이저사들의 로컬사업 비중은 작년에 비해 5∼10%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법 비디오물 유통은 오히려 작년보다 증가했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그나마 올해의 수확은 대소비자 판매(셀스루)시장이 꿈틀거렸다는 점이다. 우일영상과 성일미디어·미라클 등은 셀스루에서 트로이카 시대를 열어갔다. 프로테이프 제작사들이 밀어내기 근절책을 발표한 것도 나름대로의 결실로 꼽을 수 있겠다.
게임산업은 불황의 골에서 한해 내내 허덕였다. 온라인 게임시장을 제외한 모든 시장이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이에 따라 PC게임 내수시장은 20% 이상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게임방의 급팽창은 예외였다. 통신 인프라를 기반으로 한 온라인게임과 함께 게임방은 폭발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그러나 업소용(아케이드) 게임은 이용자의 급속한 감소추세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 와중에도 다행스러운 점은 정부의 인프라 구축계획이다. 영상산업을 기간산업화해 육성하겠다는 정부의 잇단 지원책은 꽁꽁 얼어붙은 산업계에 실낱 같은 희망으로 작용했다. 수출시장에서의 호조도 예년과는 다른 양상을 보여주었다.
해외시장에서 우리영화가 큰 반향을 일으키며 선전했고, 게임개발사를 중심으로 한 해외시장 개척노력도 두드러졌다. 이에 따라 게임 수출시장은 대만·동남아 지역에서 PC게임 시장의 메카인 미국·유럽으로 확대되는 등 크게 다변화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모인기자 inm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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